일본 도쿄 아키하바라가 2008년 ‘묻지 마 살인’의 악몽에서 벗어나 23일 ‘휴일 보행자 천
국’으로 부활했다. 당시 사건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민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23일 오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 중앙교차로. 발 디딜 틈 없이 인도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오후 1시 정각이 되자 “오메데토(축하)”를 외치며 일제히 도로 한가운데로 몰려들었다. ‘전자상가의 메카’ ‘오타쿠(마니아)의 성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가 2년 7개월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댔던 아키하바라는 2008년 6월의 악몽 이후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평화로운 휴일 낮, 20대 괴한이 트럭을 몰고 인파 속으로 돌진한 후 차에서 내려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묻지 마 살인’이 일본 열도를 경악시킨 것. 이 사건은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계기가 됐을 만큼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곳은 휴일 차량통행 금지구역이었기 때문에 보행자가 몰려 있어 피해가 더욱 컸다. 그날 이후 아키하바라는 휴일 차량통행 금지도 사라지고 급속히 활력을 잃었다.
23일 ‘보행자 천국’이 부활한 것은 아키하바라를 찾겠다는 시민의 열망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키하바라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일본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진 곳이다. 1980년대 일본을 찾은 한국 사람들이 너도나도 ‘코끼리 밥통’을 사기 위해 이곳을 들렀을 만큼 외국인 관광객의 ‘전자제품 쇼핑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한 분야에만 푹 빠져드는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최고 인기 걸그룹 ‘AKB48’도 아키하바라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날 하루 동안 아키하바라를 찾은 사람은 10만여 명. 이들은 2년여 전 끔찍했던 악몽의 현장을 찾아 조화를 바치면서 ‘평화로운 아키하바라, 활기찬 아키하바라’를 두 손 모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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