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아프면 애플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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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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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병가 쇼크’… 애플 주가 출렁
美나스닥서 장중 6% 급락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6·사진)가 17일(현지 시간) 질병 치료 목적으로 병가를 낸 이후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애플의 주식은 이날 장중 한때 9% 이상 폭락했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여 6.2%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다음 날 낙폭을 일부 회복했으나 여전히 기존 주가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개장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개장과 함께 6% 가까이 폭락했다. 나스닥100지수도 전날보다 0.64%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애플 주식이 거래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증시와 미국 나스닥 두 군데다. 나스닥은 17일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념하는 공휴일을 맞아 휴장했지만 개장하자마자 애플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나스닥 시장의 주요 지표인 ‘나스닥100’을 구성하는 100개 기업 가운데 애플의 시가총액 비중은 21% 수준이다.

잡스의 병가 소식이 전해진 18일 한국 증시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 등의 영역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96만9000원으로 전일 대비 2.11%(2만 원) 올랐다.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위해 처음 병가를 낸 뒤 2009년에는 간 이식을 하려고 5개월간 쉬었다. 하지만 복귀 시기를 알렸던 두 차례 병가와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인 복귀 시기를 밝히지 않아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애플의 ‘심장’이자 ‘머리’인 잡스의 건강에 다시 한 번 적신호가 켜짐에 따라 애플이 추진 중인 인터넷과 셋톱박스를 결합한 애플TV 등 주요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병가 낸 잡스 복귀시점 안밝혀… “심각할수도”▼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늘 ‘애플의 가장 큰 재산이자 가장 큰 리스크’로 일컬어져 왔다. 그만큼 그가 애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1996년 애플에 복귀한 이래 그가 만들어낸 투명한 컴퓨터 ‘아이맥’, MP3플레이어 ‘아이팟’, 스마트폰 ‘아이폰’ 등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반면 그가 회사에서 쫓겨나 있던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애플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도산 직전의 위기에 내몰린 적이 있다. 시장에서 잡스 CEO의 병가를 우려하는 이유다.

○ 대체할 수 없는 CEO

애플은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잡스 CEO의 복귀 때까지 그의 업무를 대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잡스 씨는 계속해서 CEO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며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쿡 COO는 2004년 췌장암 수술과 2009년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잡스 CEO가 병가를 냈을 때도 같은 임무를 맡아 애플을 관리한 바 있다. 이 기간 애플의 실적은 계속 상승했다. 제품을 내놓는 시기에도 문제가 없어 쿡 COO는 ‘검증된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잡스 CEO가 병가를 낸 5개월 동안에는 애플의 주가가 66%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3번째 병가를 두고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잡스 CEO가 이전의 병가와는 달리 복귀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의 애플’에 대한 우려도 다시 높아졌다. 애플은 음반사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아이팟 판매에 성공했고, 통신사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아이폰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런 협상은 모두 잡스 CEO가 직접 주도했는데 애플의 누구도 이런 협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말하면 사람들은 듣는다”며 “현재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잡스를 대신할 능력을 가진 인물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 “애플은 팀플레이” 반박도

하지만 잡스 CEO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애플에 복귀하면 시장의 우려도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의 최고경영진이 이미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것이다. 잡스 CEO는 췌장암 수술에서 복귀한 뒤 처음 가진 공식행사였던 2005년 ‘맥월드 2005’ 무대에서 당시 경영진을 소개하며 “애플은 팀플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독불장군’이라는 인상으로 유명했던 그가 달라졌고 애플의 기업문화도 이때를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해석이다.

애플의 경쟁력은 잡스 CEO의 표현대로 잘 짜인 팀에서 나온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조너선 아이브 디자인담당 수석부회장이 담당한다. 그는 잡스 CEO가 애플에 복귀했던 199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 일을 맡아 왔다. 또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비교할 때 생산제품 종류가 적어 시장수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유통망의 약점은 ‘애플스토어’라는 직영 소매점이 메워 왔다. 이는 잡스 CEO가 직접 스카우트한 론 존슨 소매점담당 수석부회장이 2000년부터 담당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은 ‘원맨밴드(one-man band)’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1000억 달러(약 112조 원)가 넘는 매출을 거둔 애플을 잡스 혼자 이뤄낼 순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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