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이 죽어가는 日기업 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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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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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위기 기업 인수합병후 극적회생 사례 부쩍 늘어
中시장 진출-관광특수 힘입어… 의사결정도 빨라져

장기 내수침체로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던 일본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M&A된 이후 중국 관광객과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사업방향을 대폭 전환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때마침 일본 정부가 중국인 개인관광비자 발급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이들 기업은 ‘순풍에 돛 단 듯’ 쾌속질주하고 있다.

○ M&A 이후 빨라진 의사결정

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가전양판업체인 라옥스는 중국 자본과의 제휴로 기사회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상가가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 있는 라옥스 본점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판매 부진과 대형 체인점과의 저가 경쟁에 밀려 도산 직전이었다. 8년 연속 적자로 한때 130개에 이르던 점포 수가 6개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중국 2위의 가전양판업체인 쑤닝(蘇寧)전기에 M&A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전문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해 외국인의 가전 쇼핑 명소로 거듭난 것.

라옥스는 외국인 쇼핑객을 위해 우선 면세혜택 절차를 간소화했다. 쇼핑한 뒤 공항에 가서야 세금을 환급받는 대신 매장에서 직접 면세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한 것. 또 본점 전체 점원 120명 가운데 3분의 2를 중국 러시아 브라질 국적의 외국인으로 바꿔 어느 나라 관광객이 오더라도 언어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현재 라옥스 전 직원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무려 123개나 된다.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일본 기업이었을 때는 인력 충원이나 상품조달 방식을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1년도 안 돼 모두 해결된다. 덕분에 라옥스 본점의 매출은 인수 1년 만에 2배로 급증했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비자 요건 완화로 3년 후 매출은 현재의 7배인 7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국 기업과 M&A 계속 증가

일본 경제계는 이처럼 경영부진에 빠진 일본 기업이 중국 자본과의 제휴로 활로를 찾는 ‘중일 M&A’가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은 중국의 광대한 내수시장을 겨냥해 중국과의 M&A를 적극 반기고 있다. 중국 기업도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자본력이 커진 데다 일본 기업의 선진기술까지 흡수할 수 있어 M&A에 혈안이다.

실제로 2006년부터 본격화된 중국 자본의 대일(對日) M&A는 증가 추세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일본의 M&A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20% 넘게 줄었지만 중국의 대일 M&A는 오히려 전년보다 1건 많은 26건으로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4.2배나 늘었다. 올 1∼3월 역시 지난해보다 3건 많은 9건이었다. 특히 4월에는 중국 자동차업체 비야디(BYD)가 일본의 세계적 금형업체 ‘오기하라’의 공장 일부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중국 기업이 매수하는 일본 기업의 절반이 제조업이라는 점 때문에 기술 유출에 따른 제조업의 대중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에 선 일본 기업들로서는 풍부한 자금력과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보유한 중국 자본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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