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은혜로 갚은 카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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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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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지배했던 伊 마을의 환영에 개발 지원

1969년부터 41년간 리비아를 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68·사진)에겐 잦은 기행(奇行)으로 별난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28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한 작은 시골마을인 안트로도코 주민들에겐 따뜻한 지도자로 기억될지 모른다.

21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카다피 원수는 과거 리비아를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역사적인 궁궐을 호화 호텔로 리모델링하고 온천에서 나오는 물을 병에 담아 지역 특산물로 개발할 예정이다. 소나무만 빼곡한 황량한 마을에 새 스포츠 단지와 축구 트레이닝센터 등을 짓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1911년부터 1943년까지 리비아를 식민 지배했던 이탈리아에 뜬금없이 카다피 원수가 온정을 베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렸던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장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라퀼라는 지진으로 3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컸다. 라퀼라에서 수도 로마로 향하려던 카다피 원수는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고속도로 대신 산을 거쳐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머물게 된 곳이 안트로도코였다.

개발과는 먼 낙후된 이 마을 주민들은 북아프리카에서 건너 온 지도자를 환영했다. 주민들과 단체사진도 찍고 일일이 포옹까지 한 카다피 원수는 “이 추억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대사를 마을로 보내 관광자원을 개발해 실업을 해결해달라는 주민들의 호소에 화답한 것. 마을 지도자인 마우리지오 파이나 씨는 “이 작은 마을도 (카다피 덕분에)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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