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매도 분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獨 “투기 차단” 전격 금지
佛-英 “협의도 없이…”
재정위기 공조 균열조짐

독일이 18일(현지 시간)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 금지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이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19일 독일의 조치에 대해 “사전에 어떤 통보도 없었으며 독일은 먼저 다른 나라와 상의했어야 한다”며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그리스 등의 채권시장 유동성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며 비난했다. 스페인 금융당국은 “무차입공매도를 규제할 까닭이 없으며 독일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핀란드 역시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이번 조치는 독일 자국에만 해당하며 독일 금융기관의 해외지사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렇듯 회원국들이 불쾌감을 감추지 않자 재정위기 대응을 둘러싼 유럽의 공조가 자칫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조치로 그간 단일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어온 유로존(16개 유로화 사용국)이 균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 연방하원 연설에서 “투기세력이 독일을 흔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해 이미 독일이 독자노선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EU 수뇌부는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상임위원장은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선 유럽 정상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도 “회원국이 함께 규제 틀을 상의할 것”이라며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독일 발표 이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증시가 모두 2% 이상 급락한 데다 21일 예정됐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도 갑작스레 연기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 금융감독위원회는 19일 0시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유로존 국채와 신용부도스와프(CDS), 독일 10개 금융주에 대한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 주문을 통해 외상거래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재매입해 차익을 얻는 방법. 제3자로부터 주식 등을 빌려서 거래하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전혀 갖고 있지 않는 상태로 하는 무차입공매도로 나뉜다.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의 연이은 금융위기는 투기세력의 국채 공매도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