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 과자로 암흑의 12일 버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5일 03시 00분


호텔 식료품점 매몰 종업원
“눈에 띄는 모든 걸 먹었다”
사망 공식집계 11만명 넘어

아이티 정부가 지진 생존자 수색을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강진 발생 12일째인 23일에도 20대 남성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AP통신은 프랑스 구조대가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붕괴된 호텔 나폴리인 잔해 더미에서 비스몽 엑상튀 장피에르 씨(25)를 구조작업 4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했다고 전했다. 호텔 식료품 가게 점원인 장피에르 씨는 작은 공간에 몸을 피한 채 콜라와 맥주, 과자 등을 먹으며 버텨냈다. 그는 “콜라를 매일 마시고 눈에 띄는 모든 걸 먹었다”며 “낮과 밤을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신께서 보호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씨는 자기 주변에 생존자가 5명가량 더 있다고 말했으나 현재 추가 생존자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에는 자신의 집 잔해에 깔려 있던 84세 여성 마리 카리다 로맹 씨가 구조되기도 했다.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로맹 씨의 친척과 이웃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열흘 가까이 매달린 끝에 그를 극적으로 살려냈다. 같은 날 이스라엘 구조대도 대통령궁 인근 건물 더미에서 22세 남성 생존자를 구해냈다.

아이티 정부는 23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생존자 수색 종료를 선언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이번 발표는 지진 발생 열흘이 지나며 가능성이 낮은 수색보단 인도적 구호활동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랑스 구조대 등 일부에선 “생명 찾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UNOCHA에 따르면 국제 수색 구조팀이 지금까지 구해낸 인명은 모두 132명에 이른다.

아이티 대통령 “한국도움 감사”

아이티 정부는 지금까지 확인된 지진 사망자가 11만1499명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내무부는 22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히면서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는 19만3891명이며, 집을 잃은 이재민은 60만9000명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아이티를 도와준 한국에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날 수도 포르토프랭스 임시정부청사에서 아이티 대사를 겸하고 있는 강성주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대사와 만나 “힘겨운 우리 국민을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프레발 대통령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전한 위로의 말을 전달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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