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야노마미, 세상에 ‘슬픈 분노’ 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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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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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노마미는 자연과 한 몸이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접경지대에 사는 이 원시부족은 삶의 터전인 밀림을 똑 닮았다. 외부의 침입으로 파괴되는 아마존처럼 그들의 미래 역시 슬프도록 어둡다. 사진 출처 서바이벌인터내셔널닷컴
야노마미는 자연과 한 몸이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접경지대에 사는 이 원시부족은 삶의 터전인 밀림을 똑 닮았다. 외부의 침입으로 파괴되는 아마존처럼 그들의 미래 역시 슬프도록 어둡다. 사진 출처 서바이벌인터내셔널닷컴
주술사가 말하는 ‘종말의 예언’

“금광 개발-군부대 주둔-신종플루로 생존위협
10년새 인구 2만명서 1만2000명으로 격감
당신들 인류때문에… 우리 인류가 죽어간다”

“야노마미(Yanomami)는 지금 시들고 있소. 당신들의 개발이, 정치와 바이러스가 우릴 죽이고 있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우리의 죽음은 자연이, 이 세상이 무너진단 뜻이오. 그 대가는 결국 당신네가 짊어질 것이오.”

그의 영어는 어눌했다. 긴 여행을 한 피로 탓인지 숨찬 기색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맑고 묵직했다. 생뚱맞지만 진리를 설파하듯이. 야노마미의 주술사 다비 코페나와는 단호하게 세상의 종말을 예언했다.

지난달 29일 영국 시사월간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 기자가 만난 코페나와는 도움을 구걸하러 영국 런던에 온 게 아니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 부족의 경고를 전하러 먼 길을 왔다.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며 원시생활을 고집하는 야노마미는 왜 세상에 화가 났을까. 최근 뉴인터내셔널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내용을 코페나와의 음성으로 재구성했다.

“맞소. 당신들 눈에 우린 미개해 보일 수 있소.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접경지역 아마존 밀림에 사는 야노마미는 수렵과 채집으로 먹고사오. 옛 선조, 아니 당신들이 원시인류라 부르는 조상이 살던 방식으로. 그래서 본래 야노마미란 ‘인류(human being)’란 뜻이오.

우리가 세상에 알려진 건 1960년대였소. 깊은 밀림에서 자급자족하던 야노마미를 인류학자와 광산업자들이 굳이 찾아냈소. 그러고는 원형 인류니 청정 부족이니 멋대로 불러댔소. 그때 이미 우리의 어둠은 시작됐는지도 모르오.

첫 번째 불행은 금광이었소. 1960년대 당시도 무분별한 채굴은 우릴 힘들게 했지. 브라질 정부 규제로 잠잠해지나 했더니 다시 기승을 부렸소. 최근 당신네 금값이 많이 올랐다죠? 정부에 따르면 지금 아마존엔 불법 광산업자가 3000명이 넘소. 위치를 들킬까봐 쏴대는 총포에 맞는 건 논외로 칩시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밀림을 파헤치고 나무를 잘라내오. 우리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소.

정부도 우리 편이라 할 수 없소. 사실 우리에게 국경은 아무 의미도 없소. 하지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미국이 사이가 좋지는 않은가 봅디다. 밀림을 통해 자원을 얻고 물자가 이동하는 걸 못마땅해한다고 하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브라질은 몇 년 전부터 접경지대에 군대를 주둔시켰소. 우리 마을 근처에만 장벽을 세 개나 쌓았다오. 군홧발에 동물들은 떠나고 강물은 더러워졌소.

군대는 또 다른 문제도 야기했소. 혈기왕성한 군인들이 선물로 유혹해 야노마미 여인들과 성관계를 맺고 있소. 강간도 비일비재하오. 우리 아랫마을엔 2∼3년 새 18명의 사생아가 태어났소. 문제는 브라질 법이 이 아이들을 원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요. 우리와 함께 살 권리를 뺏고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소. 결국 이들은 밀림 밖으로 떠나가오.

게다가 최근엔 당신네 전염병마저 몰아닥쳤소. 신종 플루 말이오. 지난달 우리 부족은 7명이나 목숨을 잃었소. 환경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벌써 1000명이나 감염됐다고 하오. 우린 외부 질병에 약해요. 1990년대에도 말라리아가 유입돼 수백 명이 사망했소.

이제 야노마미는 버틸 힘이 없소. 21세기 초만 해도 우린 2만 명이 넘었소. 하지만 지금은 1만2000명으로 줄었소. 어쩌면 다음 세대에 우린 역사책에나 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과연 우리 부족만 사라지는 걸로 끝날까? 앞에서도 말했죠? 야노마미는 인류를 의미한다고. 지금 인류가 죽어가는 것이오. 당신들, 인류 때문에 말이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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