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대 데뷔 4人’… 그들을 주목하라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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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國 정상 참석 유엔총회 개막

전 세계 80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1일 화려하게 개막하는 유엔총회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미국에서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번이 유엔 무대 첫 출장이다.

지난해 ‘검은 혁명’을 일으키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내보다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인기가 높다. 최고의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기조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안전보장이사회의 군축 및 비핵화 정상회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미국 대통령이 안보리 세션의 의장을 맡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핵 없는 세상으로 대표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비핵화 및 군축 구상을 강조하고 미국이 얼마나 다자외교를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 주석은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나들이에 나선다. 공산화를 이룬 뒤 대만이 가지고 있던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1971년 넘겨받았지만 중국의 국가지도자들은 단 한 번도 유엔 무대를 밟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미국과 함께 이른바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기회라고 내다봤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중국이 마침내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

특히 후 주석은 10월 1일 거행될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방미에서 각종 연설을 통해 중국이 60년간 이룩한 성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여러 국제현안에 대한 중국의 뜻과 정책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총리의 화려한 외출도 관심거리다. 자민당 아성을 무너뜨리고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총리는 이번 유엔 방문이 외교무대 데뷔전이기도 하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전통적인 대미정책에 부분적인 수정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으며 5만여 명에 이르는 주일미군의 지위협정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해 온 터라 그의 행보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일본의 신임 총리가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날카로운 각을 세우는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도 양국 간 현안을 협력과 파트너십의 정신에 따라 해결하자는 뜻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미국의 적성국이었던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카다피는 1969년 이래 리비아를 이끌고 있는 최고지도자이지만 유엔 무대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카다피는 23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 연설 직후에 연설할 예정이며 24일 열리는 안보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카다피와 매우 가까이 앉게 돼 있다. 리비아는 안보리 이사회 순번제 의장국이다.

한편 카다피는 뉴욕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미국의 폭스뉴스가 전했다. 카다피 측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호화판 저택을 임차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 카다피는 베두인족 전통에 따라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천막을 설치해 숙소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미 국무부는 리비아 대사관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불허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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