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일본 외환보유액이 1조423억 달러로 8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금융위기에 대비해 회원국에 나눠준 특별인출권(SDR)이 8월 외환보유액에 계상된 데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의 평가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7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8월 외환보유액은 7월보다 197억 달러가 늘어난 1조423억 달러였다. 이는 그간 사상 최대기록이었던 지난해 말 1조306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수입대금을 결제하거나 대외채무 상환 등에 대비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외화표시 자산이다. 달러나 유로 등 외화예금과 해외채권이 주를 이루지만 금이나 IMF의 SDR도 외환보유액으로 잡힌다.
일본의 8월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데는 IMF에서 금융위기가 국제유동성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국에 배분한 SDR의 역할이 컸다. SDR는 달러나 유로 등으로 교환가능한 일종의 채권으로 이번에 일본에는 153억 달러가 할당됐다. 여기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의 시가평가액이 높아진 것도 외환보유액이 급증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이와 함께 달러 대비 유로 강세가 한동안 진행되면서 유로 표시자산의 평가액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보유액은 자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오르는 등 이상 변동을 일으킬 때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 재원(財源)으로도 쓰인다. 일본 외환당국은 2003년 한 해 동안 본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대규모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정책을 펴면서 외환보유액을 급격히 불려나갔다. 2004년 4월 이후부터는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당시 사들인 미 국채의 평가손익에 따라 외환보유액도 변하고 있다. 일본 외환보유액은 미 국채 운용이익이 급증한 2008년 2월에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선 뒤 줄곧 1조 달러 대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수익률 제고 적극 나서… 年640억~850억달러 벌어▼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4월 2조 달러를 넘어섰고 6월 말 현재 2조1316억 달러로 세계 최다 규모다.
중국은 외환보유액 전체 규모는 국가외환관리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만 외환의 구성이나 운영방식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의 연평균 수익률이 3∼4%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연간 640억∼850억 달러라는 추산이다. 이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2454억 달러(8월 말 기준)의 26.1∼34.7%에 이르는 규모다.
중국은 7764억 달러어치(올 6월 말 기준)의 미 국채를 보유하는 등 외환의 70% 이상이 달러 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해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의 손실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중국 고위 지도자들이 올 7월 말 미국과의 ‘전략과 경제대화’에서 달러 자산의 가치 안정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4월 “보유외환의 가치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수익률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외환정책의 큰 변화다. 중국 당국의 외환 운영 방침의 변화는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미 국채 보유액을 5월 말 8015억 달러에서 6월 말 7764억 달러로 줄이자 중국이 ‘미 국채 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당시 매각한 미 국채는 월간 기준으로 9년 만에 가장 많은 251억 달러어치였다. 중국 당국은 당시 미 국채 보유액의 변동은 통상적인 외환 관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한 정책적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2000억 달러 규모로 2007년 9월 출범한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은 “CIC는 최소한 외환보유액 전체 평균 수익률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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