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우회전’ 지구촌 정치에 큰 영향 미칠 것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 전문가 분석

4일부터 7일까지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의 커다란 윤곽이 드러났다. 세계 경제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의 주요 의미는 지속적인 투표율의 저하로 인한 유럽 정통성의 위기, 중도 우파의 약진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변화, 극우파의 유럽의회 진출이라는 사회적 불만의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럽의회 선거를 직접 투표로 처음 시행한 1979년 이래 30년간 7번의 선거가 치러졌다. 최초의 선거에서 62%의 투표율은 매번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하여 이번에 43% 정도까지 내려왔다.

유럽 정치의 아이러니는 단일시장 및 화폐의 형성이나 유럽연합의 출범 등을 거치면서 정책 결정에서 의회의 권한은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는데 선거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이 경향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유럽연합은 심각한 정통성의 위기와 시민적 반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의 두 번째 특징은 중도 우파의 선전이다. 전통적으로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기독교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며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유럽의 양대 기둥을 형성해왔다. 직접 선거로 유럽의회를 선출한 1979년 이후의 결과를 분석하면 1989년까지 중도 좌파가 약진한 반면 그 후 20여 년 동안 계속 중도 우파의 비중이 강화되어 왔다.

유럽의회 선거는 그 통합적 명칭과는 달리 각 회원국의 정국을 반영하는 다양한 선거 결과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위기가 가장 심각했던 영국과 스페인에서 집권 사회주의계 정당은 모두 패배했다. 반면 위기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집권 중도 우파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한편 오랜 공산주의 경험에 대한 반발로 우파가 강한 중·동유럽 국가들이 2004년과 2007년 대거 유럽에 가입해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선전한 결과로 나타났다.

셋째, 이번 선거를 통해 유럽의회에 상당한 수의 극우정치 세력이 진입하게 됐다. 우선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헝가리 영국 등에서 극우 또는 반유럽 정당이 10% 이상을 득표했다. 유럽선거가 전통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대표하는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극우의 선전은 경제위기로 인한 사회적 불만의 고조를 반영한다.

물론 낮은 투표율이나 극우세력의 확대와 같은 문제점이 초국적 차원의 민주주의 실험이라는 유럽 통합의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대륙 차원에서 실시한 선거에서 선출된 27개국 736명의 유럽 의원들은 이제 5년간 유럽인의 일상은 물론 세계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토론하고 협력하고 경쟁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번에 선거를 치른 유럽이 부러운 이유이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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