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 펠로시 의장 인권문제 침묵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2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27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소 중국 인권 문제를 맹렬하게 비난해 왔던 펠로시 의장은 이번엔 비난성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춰 변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27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소 중국 인권 문제를 맹렬하게 비난해 왔던 펠로시 의장은 이번엔 비난성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의 달라진 위상에 맞춰 변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또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나”

중국 인권문제에 천착해온 미국의 대표적 반중(反中) 인사이자 중국 측에 ‘미운 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져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중국 방문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24일 중국에 도착한 그는 귀국을 이틀 앞둔 28일 오후까지 인권 등 민감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펠로시 의장의 반중 활동은 20년 가깝게 이어졌다. 1991년엔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희생자 추모식을 가져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그 뒤에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자”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을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의 강한 비난에도 망명 중인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펠로시 의장을 향해 “영원히 중국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이번 방중은 그가 2006년 하원의장을 맡은 이후 처음이다. 특히 6월 4일 톈안먼 사태 20주년 기념일을 코앞에 둔 시기라 중국 인권단체의 기대와 중국 정부의 우려는 더욱 컸었다. 실제로 25, 27일 베이징 한복판에서는 중국 내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가 발생했다. 펠로시 의장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와 구호도 등장했다. 27일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국무원 신문판공실 앞 기습시위에서는 벽에 페인트로 ‘펠로시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27일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지도자 서열 1∼3위를 잇달아 만나 “우의를 가지고 방문했다.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펠로시의 태도 변화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인터넷사이트인 중국경제망은 “펠로시 의장의 태도 변화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미국 외교가 ‘실용주의’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대립하기보다는 협조한다’는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반면 타임은 27일 전문가 말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인권문제를 잠시 거론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중국이 펠로시 의장을 처음엔 ‘역겹다’고까지 욕하다가 이제는 좀 참을 만해진 것 같다”고 중국을 꼬집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도 현재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인권을 강조해 온 케리 위원장 역시 민감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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