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서점가 ‘문고판 新書’ 장악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일본의 신서(新書) 시장이 뜨겁다. 신서란 비교적 내용이 쉬운 교양서 및 총서를 통칭하는 용어로 문고판보다는 세로로 약간 길다. 문고판은 단행본 등으로 한 번 나온 것을 다시 판을 바꿔 낸다는 점에서 아예 처음부터 장정과 판을 가볍게 내는 신서와는 다르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일본 출판계 전체에서 매월 약 150권의 신서가 간행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월 12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10배가 넘는 증가세다. 신서를 내는 출판사도 1994년까지는 이와나미(巖波) 주오고론(中央公論) 고단샤(講談社) 등 3개사에 불과했지만 2000년 20여 개사(연간 850권), 2008년에는 적어도 40개사 이상(연간 1500권 이상)으로 늘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내용도 전문가의 개설서뿐 아니라 체험르포에서 경제서, 역사서, 인생상담, 탤런트 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지금 꼭 읽어야 할 신서 46권’ 같은 가이드북이 출간되고 서점 직원과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이 뽑는 ‘올해의 신서 대상’까지 선정되고 있다. 이처럼 신서가 인기를 얻는 데는 무엇보다 편리함이 작용했다. 독자는 부담없이 사볼 수 있고 출판사로서는 장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서점도 분류 등에 신경 쓸 것 없이 신서 코너만 장만하면 된다. 진입장벽이 낮아 신인 발굴이 쉽다는 것도 큰 이점.

반면 신서 자체가 디플레 상품이며 신서 붐은 출판계의 불황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서나 문고가 팔리는 시대는 그만큼 단행본이 팔리지 않고, 상품 단가가 싸지므로 출판사나 서점의 매출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 “향후 하드커버 서적이 모두 신서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편집자도 있을 정도”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한다.

사실 일본에서 최근 몇 년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책은 대부분 신서였다. 400만 부 이상 팔린 요로 다케시(養老孟司) 도쿄(東京)대 명예교수의 ‘바보의 벽’, 200만 부 이상 팔린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正彦) 오차노미즈대 교수의 ‘국가의 품격’, 반도 마리코(坂東眞理子) 쇼와(昭和)여대 학장이 펴낸 ‘여성의 품격’ 등이 그렇다. 현재는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고민하는 힘’도 75만 부가량 팔리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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