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에 ‘한국 나들이’ 나선 일본인 관광객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지난달 한국 방문 56% 증가… 백화점-여행-음식업계 ‘때아닌 특수’

64% 롯데호텔서울 일본인 투숙객

70% 명동 B삼계탕집 日손님 매출


최근 서울과 부산지역 관광업계에 일본인 열풍이 불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도시에서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조차 일본인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바꾸는 식당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일본어 회화가 가능한 직원들을 채용하는 것은 기본.





엔화 강세로 한국에 쇼핑 관광을 오는 일본인이 급증하면서 이처럼 백화점과 호텔, 식당 등 여행 관련 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1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총 23만7192명으로 같은 달 전체 입국자의 44%에 이르며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55.6% 증가했다.

○ 백화점, 호텔, 식당… 즐거운 비명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일본인들이 91억 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했다고 22일 밝혔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지난달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일본인 관광객 구매 금액이 전체 매출의 6.3% 정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급 호텔은 늘어난 일본인 관광객으로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주요 호텔 대부분의 객실 점유율이 90%가 넘는데 이 중 일본인 투숙객의 비율이 50% 안팎이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은 같은 기간 전체 객실의 절반 이상인 64%가 일본인 관광객으로 채워졌고, 바로 옆 웨스틴조선호텔도 이달 들어 투숙객 중 40% 정도가 일본인이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매출이 30% 이상 늘어나 1월 전 직원에게 1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부산롯데호텔도 객실 판매가 20% 넘게 늘어나고 면세점 매출도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도 일본인 손님으로 북적인다. 명동 인근의 관광안내소에서 외국인들에게 나누어주는 홍보물에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들은 한국인보다 일본인 손님이 더 많을 정도다.

명동의 한 유명 칼국수 집은 작년 12월부터 오전 10시 반에 문을 열면 곧바로 일본인 손님들이 밀려들어 전체 테이블의 50% 정도를 채운다.

명동에서 B삼계탕 집을 운영하는 이상열 씨(67)는 “일본인 손님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고 매출도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 강남구 압구정동과 신사동 및 부산 서면 해운대 등의 일부 식당은 음식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줄이는 대신 약간 달짝지근하게 맛을 조절해 일본인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

○ 통역 서비스 강화

이에 따라 일본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관련 업체의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백화점 등에서는 수시로 일본어 안내방송을 하고 일본어로 제작된 안내책자를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비치해 두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은 이외에도 일본어 전문 통역사를 지하 1층과 지상 1층 안내데스크에 상주시켜 안내하고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없는 매장에서는 전화로 통역을 해 주는 ‘피커폰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 10여 명의 비상연락망을 공유해 통역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관광 상품 제휴나 안내 책자에 등장시켜 일본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마사지 업소 등 서비스 업체나 성형외과 등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상품을 개발하거나 관광안내서에 소개할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도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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