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을 합치면 한반도에서 공부한 시간만 12년이네요. 아무래도 전생에서 한반도랑 깊은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한중 기녀(妓女) 시인 김운초(金雲楚)와 류여시(柳如是)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중국인 리리추 씨(李麗秋·37·여·사진).
베이징외국어대 한국어과 교수인 그는 김일성종합대 조선어과 출신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게 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리 씨는 “졸업하면 중국인과 북한 주민을 통틀어 김일성대 출신 서울대 박사 1호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북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고등학교를 마친 1990년. “앞으로 중국과 한국의 교류가 늘어날 테니 미리 한국말을 배워 두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김일성종합대 조선어과에 입학했다. 한중 수교(1992년) 이전이라 북한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1995년 졸업 후 중국으로 돌아가 대학 강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리 씨는 1999년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석사학위 역시 한중 기녀 시인인 이매창(李梅窓)과 설도(薛濤)를 비교한 논문으로 받았다.
졸업 후 중국으로 돌아가 대학 강단에 복귀하는 리 씨는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중 양국의 학술교류를 매개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