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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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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구매단, 100명 규모… LA 뉴욕등서 관광겸 투자
인재 유치단, 런던서 설명회… 금융전문가 몰려 성황
미국과 유럽을 돌고 있거나 방문할 예정인 중국의 ‘두 구매단’이 금융위기로 나타난 세상의 변화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대만의 롄허(聯合)보가 8일 보도했다.
약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이 금융위기로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서방의 고급 금융 인재와 가격이 떨어진 부동산 사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미국 부동산 사냥은 지금이 적기”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한 인터넷 업체가 모집한 ‘미국 부동산 구매단’에 100명 이상이 신청하면서 구매단 규모를 급히 늘려야 했다.
원래는 20명 정도가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을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인원이 늘면서 뉴욕, 그리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이 붕괴 직전인 플로리다 주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현지 부동산 시장조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순경 10일 남짓 미국을 돌면서 여행 겸 부동산 사냥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금융위기로 올해 들어 20∼30% 이상 가격이 떨어진 부동산으로 특히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 은행에 압류된 것들이다.
한 인터넷에는 ‘중국인들이여 (미국 부동산을 향해) 돌진하자!’는 구호까지 내걸며 부동산 구매단을 조직한다고 롄허보는 전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유학 간 자녀에게 집 한 채 마련해주거나 지금이 미국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 중국인들은 또 미국 부동산 소유를 ‘신분 과시’ 차원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7일 “현금 다발로 무장한 중국 부유층이 미국서 경제위기로 쏟아져 나온 저당 잡힌 부동산 사냥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링컨 내비게이터 등을 타고 각지를 돌며 급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중국인들이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행했지만 집단으로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것은 금융위기로 나타난 새 풍속도라고 전했다.
○ “인재도 구하고 금융 경쟁력도 높이자”
6일 영국 런던에서는 상하이(上海) 시가 조직해 파견한 ‘인재 유치단’이 직업 설명회를 열었다. 유치단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상하이발전은행, 상하이은행, 중국상하이태평양보험 등 금융 관련 27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인 호텔에는 오전에만 500여 명이 찾는 등 그동안 런던 금융가를 주름잡던 금융 전문가들이 대거 몰려 인재 유치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하이 시 금융인사처의 성위뤄(盛裕若) 처장은 “상하이를 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장 마인드와 국제화 경험을 가진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유럽 및 미국 설명회에서 1000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재 유치단은 런던에 이어 9일 미국 시카고, 13일 뉴욕에서 인재 채용 행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롄허보는 ‘중국 인재 유치단, 런던을 흔들다’는 제목으로 이날 행사를 소개하면서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중심 런던의 인재들이 상하이에서 일자리 기회를 찾는 때가 됐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