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원조는 美외교 열쇠 경제난에도 축소 말아야”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이라크전 순직병사 추모 십자가 이라크전쟁에서 숨진 미군 병사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16일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줄지어 서 있다. 십자가 설치는 2004년 2월 시작됐는데, 자원봉사자들은 지금도 매주 일요일에 전사자 수만큼 십자가를 추가하고 있다. 샌타모니카=AFP 연합뉴스
이라크전 순직병사 추모 십자가 이라크전쟁에서 숨진 미군 병사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16일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 해변에 줄지어 서 있다. 십자가 설치는 2004년 2월 시작됐는데, 자원봉사자들은 지금도 매주 일요일에 전사자 수만큼 십자가를 추가하고 있다. 샌타모니카=AFP 연합뉴스
라이스 등 요직인사들이 말하는 美외교 성과와 과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서 처음 4년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나머지 4년은 국무장관으로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보좌해 온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8년 동안 외교안보 분야의 실정(失政)으로 추락한 미국의 이미지와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라이스 장관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가 작심하고 부시 대통령이 남길 외교적 유산과 향후 오바마 당선인이 외교안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을 털어놓았다.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대니얼 프라이드 유럽 담당 차관보, 제임스 존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 인터뷰는 16일자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렸다.

○ 부시 대통령이 남긴 것

라이스 장관은 민주주의 국가 건설과 전 세계적 차원의 자유 신장을 위한 부시 행정부의 노력을 가장 큰 외교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단순히 폭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질병과 가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꾀한 역사적인 전환(transformation)은 처음에는 (많은 나라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대한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만들 ‘전환외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단언했다.

부시 대통령을 위한 변명도 있었다.

중동안보특사로 활동하는 존스 전 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시작과 달리 이제는 아프간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서남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가 된 동시에 국제이슈가 됐다”며 “왜 미국만의 실패로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오바마 당선인을 위한 조언

프라이드 차관보는 “세계에서 가장 파워가 센 미국 대통령도 무엇이 가능한지를 알기 어렵고 강력한 의지와 실제 능력의 긴장은 심오한 것”이라며 “업적을 이룰 기회를 무시할 필요는 없지만 목표 달성의 어려움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나 안보문제 혹은 인권 등 한 측면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나라”라며 “북한 핵문제든, 다르푸르 사태나 이란 핵문제든 일이 풀린다면 중국과의 협력 때문일 것이고 중국은 이제 미국 안보문제에서 전 지구적인 협력 대상자”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당면 과제인 이란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미국이 원하는 것인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아닌 ‘체제행동의 변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역할은 자생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오바마 당선의 의미

라이스 장관은 오바마 상원의원이 흑인으로서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관련해 “전 세계에 해묵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우리는 (인종 문제라는) 태생적 결함(birth defect)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드 차관보는 “곧 유럽은 부시 대통령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다른 길을 걸을 때 자국민에게 ‘부시 아니냐. 반대하는 게 당연하지’라는 논리를 폈지만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는 오바마 당선인에게 같은 핑계를 대기는 어렵기 않겠느냐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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