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도 마르고 있다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증시 외국자본 ‘脫중동’… 쿠웨이트 등 금리인하 잇따라

두둑한 오일달러와 건설 붐으로 승승장구하던 중동 국가들도 글로벌 금융 위기의 거센 여파를 비켜 가지 못했다.

그동안 글로벌 신용경색의 무풍지대로 여겨졌지만 유가 하락과 금융 위기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

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증시는 8.43% 하락한 3,085.02로 장을 마치며 2006년 3월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오만(―7.21%), 카타르(―8.75%) 등 다른 증시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맥샤라프 증권의 시프 프라카시 연구원은 “부동산과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돈을 빼내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중앙은행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8일 쿠웨이트 중앙은행이 재할인율을 5.75%에서 4.5%로 인하했고 아랍에미리트도 재할인율을 0.5%포인트 내렸다.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은 지난달 136억 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을 시장에 풀었지만 은행들은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물가 인상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세계 최고, 최대 빌딩의 각축장일 정도로 부동산 호황을 누렸던 두바이에서는 건설 붐이 가라앉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1, 2위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암락과 탐윌이 5일 합병 논의를 시작했고 건설회사들도 잇달아 향후 개발 계획을 축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

6일 개막한 세계 최대 부동산전시회 ‘시티스케이프 두바이’에서는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개발 계획보다는 아부다비 상업은행과 아부다비 국영은행이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더 관심을 끌고 있다고 현지 일간 걸프뉴스가 8일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