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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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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제 투자기법 초등생 수준… 일부선 신중론도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 금융권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일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등에 따른 피해 규모 파악에 부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융위기를 틈타 알짜 외국 금융회사 사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조8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금융계를 휘저으면 국제 금융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중국도 세계 금융위기 영향권으로
공상은행 중국은행 흥업은행 초상은행 등은 18일 일제히 자사의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을 공개했다. 공상은행이 1억5180만 달러의 채권을, 중국은행은 7500만 달러 이상의 리먼브러더스 주식이나 이 회사 자회사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4개 은행 외에도 건설 민생 중신 화하 교통 등 9개 은행이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9개 은행이 공개한 리먼브러더스 관련 자산은 3억8000만 달러. 그런데 중국 금융권 전체로는 10억 달러 이상이 물려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자산에 비해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상하이(上海)증권보는 19일 전했다.
일례로 교통은행이 리먼브러더스에서 매입한 채권 7002만 달러는 이 은행 총자산의 0.02%에 불과하다.
다만 중국 금융권은 리먼브러더스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겪는 다른 서방 금융회사에 투자한 자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금융권은 유럽과는 달리 미국 월가와의 유기적 연결고리가 약한 편이어서 ‘부실 전염’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 알짜 금융회사 지분 인수에 나서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행은 최근 3억4200만 달러에 유대계 자본인 프랑스의 LCF로스차일드 은행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로써 지분 75%를 가진 벤저민로스차일드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중국은행이 인수한 부분은 자산운용과 프라이빗뱅킹(PB) 관련 분야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선진금융 기법을 터득하고 경험을 축적해 유럽과 다른 신흥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도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확대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CIC는 지난해 12월 50억 달러에 이미 지분 9.9%를 인수했다. CIC는 앞으로 지분을 49%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유동성 위기를 비켜가기는 했지만 추가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국가펀드가 월가의 간판격인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49%까지 늘리면 금융 패권의 축이 흔들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국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일각에선 ‘핵심 월가 투자회사가 중국에 넘어가도 되느냐’는 중국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중국중신집단(CITIC) 역시 모건스탠리의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치산(王岐山) 국무원 부총리는 9일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12회 중국국제투자무역협의회에서 “개혁 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은 이제 국내 기업들이 밖으로 진출(走出去·쩌우추취)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 “중국은 금융 초등학생”, 신중론 대두
중국 CIC가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지분 9.3%(30억 달러)를 매입한 후 지금까지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장부상 손실률이 42%에 이른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CIC가 지난해 모건스탠리에 투자한 건도 장부상 손실률이 16%에 이른다. 중국 핑안(平安)보험의 포티스 투자는 손실률이 50%에 이른다.
상하이재경대학의 시쥔양(奚君羊) 부주임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서 (투자 대신 보유만 하고 있으면) 기회비용도 높아져 해외투자가 불가피하지만 CIC의 블랙스톤 투자는 신중한 검토 없이 이뤄진 경솔한 투자였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금융회사들은 아직 국제 금융계에서는 ‘초등학생 수준’이라 생각하고 더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원후이보는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