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은행들이 평소엔 외부의 제안과 충고를 일절 거부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다”며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기가 닥친 뒤에야 긴급 지원을 호소하는 금융기관의 위선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고 덧붙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번 금융위기를 ‘배짱을 부리다 초래한 대재앙’이라며 은행들이 대출과 자산을 두고 엄청난 도박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신뢰의 위기가 금융권에 그치지 않고 확대되는 점을 경고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책 결정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경제위기 대책 마련에 협력하기로 한 뒤 미국은 마침내 경제 상황이 반전됐다고 확신했지만 이는 국제적인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지 W 부시 행정부야말로 이번 금융위기를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사태로 끌고 갈 수도 있다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이미 이라크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신뢰를 상실한 점을 지적했다.
한편 스티글리츠 교수는 17일 CNN을 통해 월스트리트와 전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할 6가지 방안을 공개했다. 그는 이 글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책임과 금융기관의 무리한 차입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회사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의 개선과 통제 △금융상품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위원회 설립 △전체 금융시스템을 총괄 감독하는 금융시스템 안정위원회 설립 △차입 제한 등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규제안 마련 △소비자보호법 개선 △기업 경쟁촉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