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중국 어디로]<5·끝>‘슈퍼파워 중국’과 한국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기세등등 ‘중화 자존심’ 한국에 ‘삭풍’ 몰고오나

수교 16년만에 교역규모 20배 이상 늘어났지만

中경제서 차지하는 한국비중은 급속하게 줄어

한류열풍 시들해지고 ‘메이드 인 차이나’ 선호

전문가 “한국, 앞으로 닥칠 ‘추운 겨울’ 대비해야”

《지난해 한국과 중국을 오간 양국 국민은 600여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나라 40여 개 도시에서는 일주일에 830여 편의 여객기가 오갔다. 양국 수교(1992년) 이후 교역 규모는 20배 이상 늘었다. 베이징(北京) 올림픽 폐회식 다음 날 방한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면 추진키로 약속까지 했다. 이처럼 관계가 무르익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한중 경제관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동북(東北)공정이나 혐한론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이상기류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림픽 이후 중화(中華)주의를 내세우고 글로벌 슈퍼파워로 떠오르는 중국이 한국에는 위기이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 한국 교역순위 1위 상대국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1036억7000만 달러로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대중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치(232억7000만 달러)였던 2005년에 수출은 이미 20%를 넘어 21.8%까지 올랐다.

중국은 2001년과 2007년 각각 제1의 수출 및 수입 상대국이 됐다.

수출입을 합친 교역 규모는 일찌감치 2006년에 1위국이 됐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 일본에 이어 제3위의 중국의 교역 상대국이다.

무역수지는 수교 당시 10억7000만 달러 적자였으나 2007년에는 2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 흑자국은 중국이 189억 60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홍콩 165억 달러, 미국 85억 달러, 멕시코 64억 달러, 싱가포르 50억 달러 순.

중국은 2002년부터 한국의 최대 직접 투자대상국이다. 지난해에는 8889건(55억3200만 달러)을 투자했다. 수교 당시인 1992년에는 370건(1억4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만난 양국 정상은 지난해 말 1450억 달러 수준인 양국 간 교역 규모를 2010년까지 2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 “경제교류 환경, 과거와는 다를 것”

하지만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한국 국회의원은 산둥(山東) 성을 방문했을 때 의외의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서 ‘투자가 늘어나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많은 공무원이 “한국에 어디 투자할 곳이 없느냐” “투자하면 ‘과거’ 중국과 같은 특혜(토지 무상 제공과 법인세 감면 등)를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는 것.

이처럼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글로벌화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도 낮아지면서 양국 경제 교류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 대표처의 양평섭 박사는 “한국은 여전히 중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이지만 수출 시장, 직접 투자 유치 대상국, 선진 기술 도입 대상국 등에서 중요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추운 겨울’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한국 기업들이 유·무형으로 누렸던 이점들이 없어지고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 폭은 2005년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앞으로 3, 4년 내로 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중 수출을 주도해 온 부품과 소재 분야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흑자 효자품목이던 자동차 부품이 지난해 3억 달러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며, 컴퓨터(부품과 완성품 포함)도 올해 처음 적자가 될 것으로 KIEP는 전망했다.

○ 높아진 중국 위상 한국에 불리

올림픽 후 중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이 높아진 것도 한국에는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중화 자존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불었던 한류(韓流) 열풍이 시들해지고 자국 브랜드나 자국 기업 제품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 다녀가는 일부 한국인이 무심코 던지는 말과 행동 중에 중국인을 폄훼하는 것도 양국 관계는 물론 중국에서의 한국 제품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희철 재중국 한국인회 회장은 “쓰촨(四川) 대지진 때 많은 한국 기업이 기부금을 내고도 홍보를 하지 않아 칭찬은커녕 (인색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며 “앞으로는 중국에 기여한 만큼 적극 홍보해 중국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중국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묶는‘징진지 경제공동체’가속화▼

교통망 대거 확충… 산업구조 유기적 결합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성이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 성의 약칭) 경제공동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중국의 경제참고보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3개 지역을 잇는 교통망이 대거 확충되고 베이징 지역의 공장들이 허베이 성으로 속속 이주하면서 경제 일체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개통된 대표적인 교통망은 베이징과 톈진을 잇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이로써 베이징과 톈진은 30분이면 연결되는 도시가 됐다.

또 이미 개통된 징진탕(京津塘)고속도로와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잇는 징후(京호)고속도로, 베이징과 허베이 성을 잇는 징지(京冀)고속도로가 세 지역을 묶는 원동력이 됐다.

이와 함께 올림픽 테러방지를 위한 협력 과정에서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성의 치안 지휘 시스템이 하나로 통일되고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각종 사업과 수자원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과 일원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서우강(首鋼) 등 200여 개의 공장이 허베이 성으로 옮겨가면서 베이징과 허베이 성의 산업구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은 세 지역의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초가 마련됐을 뿐 단일경제권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3개 지역이 앞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산업벨트를 만들고 공동 산업단지를 설치해 운영하되 금융과 교통 물류 관광 등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좀 더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도쿄(東京)∼요코하마(橫濱) 단일경제권처럼 산업벨트와 첨단기술개발구, 거주용 위성도시를 묶는 방식으로 단일경제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미래 중국의 경제권은 주장(珠江)삼각주와 창장(長江)삼각주, 징진지 경제권으로 3분돼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징진지 경제공동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도 세 지역을 묶을 방향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또 도시와 농촌의 재배치 계획과 산업별 배치 계획, 통일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도 아직 없다. 단일경제권을 위한 흡인력도 적고 구속력도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정보기술(IT)산업 자문사인 싸이디(賽迪)의 고급고문 친하이린(秦海林) 씨는 “단일 경제권을 만들려면 행정장벽을 없애고 세 지역의 교통과 기초시설이 서로 유효하고 적절하게 배치됨과 동시에 공동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도 세 지역 단일경제권 형성엔 장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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