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제3자 대상 불매운동은 불법”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신문 3사의 기사에 불만을 품고 광고주를 협박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21일 누리꾼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사실상 불법적인 ‘업무방해’ 행위로 판단한 것은 외국의 판례와 입법사례도 광범위하게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나 국제기구 및 국제협약의 관련 규정들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검찰이 제시한 이들 외국 판례와 입법사례는 모두 “계약 파기를 가져오는 2차 보이콧(불매운동)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광고주 협박 사건의 경우 신문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1차,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2차 보이콧에 해당한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외국은 언론사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외국 사례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우선 미국은 1935년의 태프트-하틀리(Taft-Hartley) 법을 제정하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2차 보이콧을 금지했다. 1959년의 랜드럼-그리핀(Landrum-Griffin)법은 2차 보이콧의 금지 대상 등을 더 상세히 기술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여러 차례 판례를 통해 2차 보이콧이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보이콧은 주제와 관계없이 동일한 범위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일례로 1996년 한 기독교단체가 WVUE-TV 방송국의 보도에 불만을 품고 이 방송국에 광고를 낸 광고주에게 “방송국이 인종차별적인 관행을 중단할 때까지 광고를 철회해 달라”는 청원을 냈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계약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는 보이콧은 불법이라는 판례를 확고하게 정립하고 있다. 1969년 독일 남부 한 대도시의 극장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그 지역의 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독일 법원은 “극장 소유주들의 결의는 법에 위배돼 금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프랑스는 1980년 소비자연합회가 허가받지 않은 호르몬을 투여해 사육한 쇠고기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면서 보이콧의 적법성이 논란이 됐다. 프랑스 법원은 불매운동 그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는 않지만 그 형태, 동기, 주창자의 목적을 따져 위법성을 판단해왔다.

1981년 아모코 디아즈라는 유조선이 프랑스의 브르타뉴 해안에 좌초되자 소비자단체는 유조선 회사가 아닌 화물 소유자인 석유회사 ‘셸’을 상대로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하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은 “충분한 식견이 없는 여론 재판으로 셸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불매운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국가 간의 불매운동과 관련해서도 국제기구와 국제협약은 2차 보이콧을 금지하고 있다.

유엔총회 결의와 협의회 보고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미주기구(OSA) 등은 ‘2차 보이콧을 통한 경제 제재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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