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변경을 가다]<上>신장자치구 우루무치-훠얼궈스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열리는 ‘21세기 실크로드’… 중화경제 ‘오지’에서 ‘요지’로

《올림픽을 맞아 세계의 이목이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쏠리고 있다. 수도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이는 동안 수천 km 떨어진 변경 무역도시에서는 중국의 경제력이 소리 없이 주변국으로 팽창하고 있다. 중국 동(東) 서(西) 남(南)의 대표적 첨병 무역도시인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쑤이펀허(綏芬河),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와 훠얼궈스(곽爾果斯), 광시좡쭈(廣西壯族)자치구의 핑샹(빙祥) 등 변경 무역도시 3곳을 다녀왔다. 주변국으로 뻗어 가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중앙亞 에너지 수입위한 가스망 연결 박차

작년 주변5개국 수출 6년전보다 12배 급증

한국상품 전문상가도 개장 ‘한류’ 교두보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댄 훠얼궈스.

우루무치 서쪽 670km에 있는 훠얼궈스는 과거 북쪽 실크로드의 길목으로 수많은 낙타가 지나던 곳이다. 지난달 중순 방문한 이곳은 이제 중국 국경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 트럭의 끝없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교차하는 우루무치

훠얼궈스는 국경을 통과하는 도시로, 교역은 주로 우루무치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루무치 시 중심인 시홍둥(西虹東)로에는 ‘신장화링공마오(新疆華凌工貿) 집단’이 운영하는 ‘화링국제무역광장’ ‘화링상가’ ‘화링건자재상가’ 등 대형 상가 3개가 밀집해 있다. 연면적 140만 m²에 크고 작은 점포가 1만4000개에 이른다.

위구르족이 세운 화링집단은 불과 10여 년 전 작은 건자재 가게에서 출발해 우루무치에서 최대의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인구가 불과 280만 명에 불과한 우루무치에서 화링이 이렇게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된 것은 우루무치가 중국의 상품과 중앙아시아의 넓은 시장이 만나는 길목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궈상양(郭向陽) 화링그룹 부총경리는 “지금까지 화링이 성장한 것은 80% 이상은 중앙아시아 시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링 상가에 찾아오는 중앙아시아의 단골 바이어만도 1년에 80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우루무치의 또 다른 ‘변경무역 상가’인 옌안(延安)로의 볜장(邊疆)빈관 상가. 3개 동 약 4만 m² 넓이의 상가에는 크고 작은 ‘벌집’ 같은 상점 800여 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상점 크기는 작지만 중앙아시아와의 무역으로 큰돈을 번 ‘알부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전시해 놓은 물건을 그저 구경도 못 하게 하고 사진도 아예 못 찍게 한다. 대신 ‘상당 규모의 구매 의욕을 가진’ 바이어만 점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배짱도 부린다.

중국 해관은 화링이나 볜장빈관처럼 대형 상가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2류 커우안(二類口岸)’이라는 내륙 세관을 설치해 통관 업무를 처리한다.

○고속도-철도 건설 곳곳 대역사

활발한 변경무역에 힘입어 신장자치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9828위안에서 지난해 1만6860위안으로 70% 이상 늘었다. 특히 중국의 중앙아시아 5개국에 대한 수출은 2001년 31억7500만 달러에서 2007년 408억770만 달러로 1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우루무치∼훠얼궈스 구간을 가로막았던 험준한 톈산(天山)산맥이 물류의 병목이었다. 이곳에는 이제 ‘21세기판 실크로드’라 일컬을 만한 대형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리무(賽里木) 호수에서 훠얼궈스에 이르는 159km 구간 312번 국도는 고속도로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2005년 8월에 착공해 2009년 말 완공 예정이다. 또 징허(精河)에서 훠얼궈스 286km 구간에는 2004년 11월 철도가 착공돼 이르면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이 끝나면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멀리는 유럽까지 이어지는 물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훠얼궈스는 중앙아시아의 에너지를 중국에 전달하는 길목으로서 중요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시작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거쳐 건설되기 시작한 1801km의 천연가스 수송관이 중국 내의 가스관과 연결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단선, 2010년에는 복선의 가스 수송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의 가스관과 중국 내 4859km의 서기동수(西氣東輸·서부의 가스를 동부에 수송) 가스관이 연결되면 6660km의 세계 최장 가스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도 ‘기회의 땅’

우루무치의 국경 무역시장에 한국 상품도 파고들고 있다.

‘화링국제무역광장’에는 7월 초 ‘한국성(韓國城)’이라는 3만 m² 규모의 한국제품 전문 상가가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한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시장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우루무치에도 한국 드라마가 널리 알려져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한국이나 한국 제품에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기순 ‘화링 한국성’ 사장은 “우루무치에는 중국 전역의 모든 제품이 쏟아져 들어와 대형 트럭 단위로 몇 t씩 팔려나간다”며 “제품만 잘 발굴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국경무역을 하는 점포를 가보면 크기는 불과 몇 평짜리로 손바닥만 하지만 중앙아시아 바이어와 한 번 거래가 성사되면 엄청난 양을 판다”며 “중국 제품보다 조금 더 고급 고가의 한국 제품들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심인창 중국진출 TFT 팀장은 “우루무치의 큰 성장 잠재력을 보고 한국성에 25개 업체의 견본품과 카탈로그 사진을 보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망 업체와 제품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루무치=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올림픽 끝난 뒤… ‘후광’이냐 ‘후유증’이냐▼

中, 경제효과 717억달러 추산

“거품 꺼지면서 타격” 예측도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중국에서는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또 중국 경제가 올림픽 후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 규모가 커 경제의 침체 여부에 따라 영향력이나 파괴력도 크기 때문이다.

▽경제성 추산 ‘백가쟁명’=베이징 올림픽 경제연구회는 최근 올림픽으로 인한 총수입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 원)라고 추산했다. 이는 관련 상품 판매와 광고, 입장권이나 방송료 수입 등을 합친 것이다.

중국 국가체육총부는 올림픽을 전후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직접효과 419억여 달러, 간접효과 297억여 달러 등 최고 717억 달러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림픽을 통한 경제효과는 300억 달러에 고용 유발효과가 3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관찰보는 최근 “베이징의 1인당 소득이 올림픽을 유치한 2001년 3000달러에서 지난해 7400달러까지 늘어난 것은 올림픽으로 인한 투자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낙관과는 달리 경제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올림픽이 임박하면서 안전 조치를 강화해 경제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게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신화통신은 4일 “관광객이 줄어 숙박업소 등 관광업계는 ‘올림픽 한류(寒流)’를 맞았다”고 전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12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봐 시민들이 그 후 30년간 빚을 갚았다.

▽“올림픽 후 침체 없다”=중국은 현재 외부적으로 고유가, 미국경기 침체 등이 계속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 압력,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하락 등으로 위험 잠복요소가 많다.

올 상반기 수출증가율은 21.9%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5.7%포인트 낮아지고 상하이(上海)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10월 최고점에 비해 55% 떨어져 반 토막 났다.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올림픽 후 증후군’을 겪을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통계국 리샤오차오(李曉超) 대변인은 “지난 12차례의 올림픽 중 경제효과가 좋았다는 서울과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9개국이 ‘올림픽 후 증후군’으로 경제 후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 대변인은 “후유증은 소규모 국가일수록 분명히 나타났다”며 “중국은 경제 침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는 ‘올림픽 후 중국 경제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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