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버는 女 100만명 만들자”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영감을 얻어 의류 사업에 뛰어든 여성사업자 린 램버트 씨의 티셔츠 제품들. 램버트 씨는 ‘카운트 미 인’의 도움을 받아 수익 100만 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NYC Subway Line 홈페이지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영감을 얻어 의류 사업에 뛰어든 여성사업자 린 램버트 씨의 티셔츠 제품들. 램버트 씨는 ‘카운트 미 인’의 도움을 받아 수익 100만 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NYC Subway Line 홈페이지
美비영리기관 ‘카운트 미 인’ 여성창업자 돕기 캠페인

베네수엘라 출신 미국 이민자인 마리벨 아라주오(32·여) 씨. 그는 옥수수로 만든 비스킷 아레파를 요리하다가 문득 ‘이걸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을 음식점을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아둔 돈을 다 합해도 창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그에게 선뜻 대출을 해준 곳이 있었다. 여성사업자를 돕는 비영리기관 ‘카운트 미 인(Count Me In)’. 이 기관은 대출금 2만여 달러 외에도 재무 회계 등 창업에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라주오 씨가 2003년 개업한 ‘카라카스 아레파 바’는 뛰어난 맛과 서비스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2006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추천하는 맛집으로 소개됐다. 첫해 50만 달러였던 순수익은 지난해 150만 달러를 가뿐히 넘었고 더 넓은 곳으로 확장 이전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는 여성사업자를 돕는 비영리기관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이젠 여성사업자들도 남성 못지않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1040만 개에 달하는 미국 회사 중 여성이 사업주인 곳은 41%에 이른다. 그러나 비영리연구기관 여성비즈니스리서치센터(CWBR)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 회사 중 연 수익이 100만 달러를 넘는 곳은 3%도 채 안 된다.

‘카운트 미 인’은 이처럼 여성사업자 대부분이 영세사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100만 달러 수익 여성사업자 100만 명 만들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100만 달러 이상 순수익을 내는 회사를 가진 여성사업자는 현재 25만∼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2010년까지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3년간 여성사업자 30여 명이 순수익을 100만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시스템이 여성사업자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성은 자금을 대출받기 위한 조건이 남성보다 까다로웠다. 남편의 보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았다.

아직도 여성이 운영하는 사업은 다양성이 떨어지며 확장도 여의치 않은 업종이 대부분이다. 2006년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사업주인 업체의 50%는 피부 관리, 디자인, 노인 간병 등 서비스 관련 업종이었다. 이 밖에 소매업이 15%, 부동산업이 8%였다.

더욱이 여성사업자 스스로도 가정 일을 소홀히 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는 데 남성보다 소극적이라고 뉴스위크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간파하는 통찰력과 섬세한 감각은 여성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 소기업 개발센터’의 터리즈 플라어티 총괄책임자는 “20년 전만 해도 여성이 사업을 키울 능력이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혀 질문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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