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어 아르헨 대통령된 페르난데스 “여보, 도와줘”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남편의 심복을 경제장관에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25일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신임 경제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카를로스 장관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심복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남편의 심복을 경제장관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25일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신임 경제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카를로스 장관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심복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5)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8일로 대통령에 당선된 지 만 6개월이 됐다. 국민 선거로 탄생한 최초의 부부 대통령으로 주목받으며 집권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집권 직후 75%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스페인 신문 ‘엘 파리스’는 9일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3%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농축산물 주요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전 세계 농축산물 가격 폭등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지지율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원인은 무엇일까.

▽포퓰리즘의 함정=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부터 농축산업 종사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엘 크로니스타는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하는 15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며 곡물의 수출관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폭 인상하면서 농축산업자의 수출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파업의 직접적 계기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르헨티나의 고질병인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불신이 숨어 있다. 즉, 경제개방을 통해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느냐, 아니면 비효율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금 인상을 통한 선심 정책을 지속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정부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후안 페론 전 대통령 시절부터 농축산업자들의 이윤을 징수해 빈민들을 먹여 살리는 정책을 유지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 농업을 쇠퇴시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좌파 정책을 고집하는 아르헨티나 대신 이웃 국가들로 선회하고 있다. 전통적 쇠고기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지난해 국민 1인당 쇠고기 수출량은 우루과이에 추월당했다.

한 농민은 뉴욕타임스에 “정부가 경제의 버팀목이자 성장 엔진인 농업에 벌(수출관세 인상)을 주고 있어 결국 곡물가 급등이라는 호재를 앞에 놓고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그늘=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는 가운데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4일 여당인 ‘정의당’ 대표로 취임해 공식적으로 아내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는 그동안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일례로 정부가 이달 초 ‘편파보도를 감시한다’며 언론감시기구를 만든 것도 4년간 언론과 싸워 온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의지였다는 것.

하지만 남편이 앞에 나설수록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인기는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기관인 OPSM은 이달 초 “국민의 67%가 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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