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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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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K 씨는 얼마 전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눈을 의심했다. 약 2년 반 전만해도 500g에 2.5위안이던 계란이 6위안이 넘었기 때문이다.
채소 고기 밀가루 등의 가격도 폭등했다. 중국요리에 빠지지 않는 돼지고기 값도 ‘폭등’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올랐다.
길가의 포장마차 비슷한 식당에서 1위안(약 150원)에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던 것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2008년 3월 미국 뉴욕
케빈 월턴 씨 가족은 올해 들어 백화점에 가서 물건 사는 것을 중단했다. 자동차 기름값과 식료품 구입 등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최근 급증했기 때문이다. 차량 2대를 운행하는 월턴 씨 가족은 2년 전만 해도 기름값이 일주일에 100달러면 충분했으나 지금은 170달러가 넘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식료품 쇼핑도 2년 전에는 80달러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130달러가 넘게 든다. 우유 계란 채소 가격이 모두 올랐다.》
○ 선진국 물가상승률 13년 내 최고치 전망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세계 경제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 식료품값,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 경제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1995년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로 그동안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일본의 물가도 올해에는 0.6%, 내년엔 1.3% 상승할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경제 모범생으로 불려온 싱가포르도 올해 1월과 2월 물가상승률이 각각 6.6%와 6.5%를 보여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상승률은 26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7.4%에 이른다. 대부분의 개도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례적인 물가 안정을 보였던 점에 비춰 보면 우려를 자아내는 수치다.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147%나 폭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자에서 “미국의 소비자물자가 2월에 4%나 상승했으며 유로화 사용 15개 국가의 물가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치를 넘어선 3.5%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 식료품 가격은 지난 3년간 83%나 급등해 세계의 빈곤퇴치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 금리인하 땐 물가불안 심리 자극 우려
최근의 물가 오름세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동안 고성장세를 보였던 세계 경제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금리를 인하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면 금리를 인하하기 힘들어진다.
ECB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준금리를 4%에서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리를 인하했다가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10일 “세계 경제가 각각 ‘얼음과 불’인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경고했다.
○ 세계의 공장 중국, ‘인플레이션’ 수출하나
그동안 전 세계가 물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저렴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중국의 물가가 심상치 않다. 중국 소비자 물가는 1월 7.1%에 이어 2월에는 8.7% 상승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식품 가격의 상승폭이 크다. 2월 한 달 동안에만 채소 46.0%, 식용유 41.0%, 유제품 16.4%가 올랐다. 이는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높여 임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공산품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지만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수출품 가격 인상에 반영되면 중국 내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