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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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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경비강화 비상… IOC, 해외봉송 중지 검토
지구촌 곳곳에서 ‘올림픽 성화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8월 8일 중국 베이징(北京)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밝힐 성화가 6일 영국 런던,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잇단 반대 시위로 수난을 당하자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성화 해외 봉송 중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화 통과가 예정된 도시들도 잔뜩 긴장하며 대책 수립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 “일정 얼마든지 변경”=9일 성화가 통과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행사 구간과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행사 직전이나 행사 도중에라도 시위대의 움직임에 맞춰 성화 봉송 일정을 예고 없이 변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P통신은 경찰당국이 8일 성화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500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성화를 비공개 장소로 옮겨 보관한 뒤 9일 행사에 내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 당국이 긴장한 이유는 전체 주민의 3분의 1이 아시아계로 중국의 티베트 사태 대응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어느 곳보다 거세기 때문. 특히 시 감독위원회는 1일 성화 봉송 최종계획이 확정된 직후 “중국 및 티베트에서의 끔찍한 인권 탄압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티베트를 위한 100인 위원회’라는 단체는 6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중국의 피로 물든 성화에 ‘노’라고 말하자”라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고 현지 신문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전했다. 봉송 전날인 8일 오후 6시부터는 독자적으로 ‘티베트인들의 자유 성화’ 봉송 행사를 열 계획이다.
7일에는 시의 상징인 금문교(골든게이트 브리지)에 시위대 3명이 올라가 티베트기를 흔들며 성화 봉송 반대를 외치다가 연행됐다.
이날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티베트의 충돌과 수단 다르푸르 학살사태를 중단하기 위해 중국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촉구했다.
26일 성화를 맞이할 일본 나가노(長野) 현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언론들은 나가노 경찰이 시위 발생에 대비한 경비강화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특히 티베트 시위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인권단체나 중국 정부가 불법화한 파룬궁(法輪功) 수련자들이 나가노 시를 집단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우익단체들이 너나없이 ‘베이징 올림픽 반대’를 내건 점도 경찰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로게 “이번 주 내 봉송 중지 논의”=IOC 관계자들은 해외 성화 봉송 중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11일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봉송 중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구닐라 린드버그 IOC 부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집행위원회는 베이징 올림픽뿐 아니라 이후 올림픽에서도 해외 성화 봉송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화해의 여행(和諧之遊)’으로 이름붙인 베이징 올림픽 성화 해외 봉송이 이처럼 수난을 당하자 중국은 연일 티베트 분리독립주의자들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7일 “티베트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올림픽 정신을 저버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법률을 어기면서 성화 봉송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8일 보도했다.
성화는 27일 서울을 거쳐 같은 날 특별전세기편으로 평양에 봉송될 예정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