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딜레마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티베트 젊은층, 비폭력 노선에 불만 고조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분리 독립 요구 시위가 유혈사태로 확산되면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사진)의 비폭력주의가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고 A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최대한의 자치를 얻어낸다는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을 신봉해 왔다. 비폭력 중도 노선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 1989년 달라이 라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 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폭력으로 얻어낸 게 뭐냐”는 불만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족 이주 정책과 티베트 역사의 중국사 편입 작업인 ‘서남(西南) 공정’으로 티베트인들은 인내심을 잃었다.

이 와중에 독립 시위에 중국이 강경 진압으로 응수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폭력 노선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달라이 라마는 16일 기자회견에서 “폭력은 자살행위”라며 비폭력 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도덕적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혀 그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한 티베트인 활동가는 “평화적인 시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분노를 통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달라이 라마도 이 점을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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