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화도 끊어!…美 ‘R의 공포’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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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대명사인 스타벅스의 요즘 주가는 18달러 안팎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35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그 이유는? 최근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실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매장당 매출액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 스타벅스는 커피 한잔 가격이 2∼3달러이다. 한국보다는 싸지만 미국 내에선 상대적으로 ‘비싼 커피’로 분류된다. 최근 경기 악화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인들은 스타벅스 커피 대신 다른 커피를 마신다.

8일 뉴욕 증권시장.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의 급락설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피닉스에서 전해진 뉴스가 급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의 랜달 스티븐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피닉스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가정용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료를 제때 내지 않아 서비스가 중단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7∼9월) 말 기준으로 AT&T의 가정용 전화 고객은 3200만 회선. 1년 전에 비해서는 3.9%나 감소했다.

통신비 부담 때문에 가정용 전화 회선을 끊고 휴대전화만으로 지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요즘 미국에서는 경기침체(recession)의 징표를 보여 주는 뉴스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에 ‘경기침체’라는 말이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rece-ssion’의 첫 글자인 ‘R’를 딴 이른바 ‘R 지표’로 경기침체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한다. 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면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자들은 보통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기관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해 경기침체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의 나지르 힐지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에 0.1%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1∼3월)에 0.6%의 저성장을 나타냈다가 다시 2분기(4∼6월)에는 3.8%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주가도 경기에 선행하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로 통한다. 올해 들어 다우존스는 5.1%, S&P 500지수는 5.4%, 나스닥은 8.0% 하락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8일 연두교서에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경제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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