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에도 세계경제 버티는 이유는…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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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충격에도 세계경제 버티는 이유는

弱달러가 ‘쿠션’ 역할

FT ‘유가와 환율 함수관계’ 분석

국제유가가 21일 장외시장 거래에서 99달러를 넘어 ‘세 자릿수 유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고유가 충격을 ‘그런대로’ 견디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우려했던 것보다 충격파가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지속적인 달러 약세가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겪는 유가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달러로 거래되는 석유 가격은 올해 들어 60%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초 대비 달러의 가치는 유로에 대해 12.8%, 파운드에 대해선 6.2%, 엔화에 대해선 8.8% 정도 떨어졌다. 달러 가치 하락만큼 유럽이나 영국, 일본은 예전보다 싸게 달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싸게 구입한 달러로 석유를 구입하게 되므로 실제 달러 대비 가치가 오른 화폐를 기준으로 했을 땐 유가 상승 폭이 미국이 겪는 상승 폭보다는 작게 된다.

실질가격 오일쇼크 때보다 낮아

FT의 분석에 따르면 유로를 기준으로 하면 유가는 올해 42.5% 올랐고, 파운드화와 엔화를 기준으로 했을 땐 각각 51.3%, 4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승폭이긴 하지만 달러(60% 상승) 기준으로 할 때보다는 상승폭이 떨어진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애더시 시나 씨는 “유가 상승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환율 변동이 미국 이외의 경제권에선 유가가 미치는 영향력을 어느 정도 줄였다”고 분석했다.

FT는 또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보조금 정책으로 석유 소매가를 낮게 유지하는 것도 유가 충격을 줄이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中 가격통제 정책도 영향

하지만 이런 완화 요인이 있다고 해서 유가 상승의 충격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급 불일치라는 석유시장 자체의 문제도 있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융 시장 혼란 등이 유가 급등에 겹쳐 일어나고 있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명목 가격으로 ‘세 자릿수 유가’는 처음이지만 물가 상승을 함께 고려하면 과거에도 지금 못지않은 고유가를 경험했다. 2차 ‘오일 쇼크’를 겪었던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의 유가를 요즘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달러를 넘는다는 것.

‘물가 상승률 환산’ 가격으로 하면 명목 유가가 150달러 선이 되면 세계 경제가 2차 오일 쇼크 때와 같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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