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돈 ‘프런티어 시장’ 몰린다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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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증시 침체에 투자자 미개척지 눈돌려

주가 年23%씩 급등… “고수익 고위험” 경고도

“선진국은 침체, 이머징 시장은 거품,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에 따른 신용 위기와 달러 약세 등으로 갈 곳을 못 찾은 국제 투자자금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프런티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프런티어 시장’은 성장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 개척이 덜 된 신흥시장 중의 신흥시장. 이 신문은 유럽의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오일 달러가 넘치는 중동 산유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등 아프리카와 일부 남미 국가 등 20여 곳을 프런티어 시장으로 꼽았다.

○ 새로운 기회 찾아 미개척지로

프런티어 시장 국가의 인구를 합치면 10억 명 남짓으로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이머징 시장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2조4000억 달러, 시가총액은 1조7000억 달러로 각각 이머징 시장의 6분의 1과 12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이머징 시장보다 훨씬 높다. 2000년 이래 프런티어 시장의 주식시장은 연평균 23.7% 올라 이머징 시장(12.4%)이나 선진국(3%)에 비해 상승률이 훨씬 높았다.

투자자들이 미개척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와 달러 약세, 고유가 등으로 선진국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에서 이머징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몰렸으나 이 시장도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고평가주의보’가 나왔다. 펀드 조사회사 EPRP글로벌에 따르면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지난주 55억8000만 달러를 이머징 시장에서 빼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아직 개방이 덜 된 프런티어 시장은 선진국의 신용 경색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계속했다.

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넷 아시아태평양 수석전략가는 “주류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라며 “투자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미개척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높은 성장잠재력 주목…위험도 높아 프런티어 시장 열풍은 1980년대 이머징 시장 광풍에 비견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당시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 속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것.

아직 발전 초기지만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프런티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침체일로를 겪던 사하라 사막 이남의 일부 아프리카 국가도 최근 GDP 6%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핵심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고수익을 기대하는 만큼 위험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런티어 시장 국가는 시장 규모가 작고 투명성이 부족하며 테러 등 정치적 불안 요소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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