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계 거물들 ‘약달러 악영향 우려’ 불끄기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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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前美FRB 의장“약달러는 자연스러운 현상”

스트로스칸 IMF 총재“달러 약세는 올바른 방향”

최근 달러 약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잠재우려는 경제 전문가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8일 “심각한 인플레이션만 유발하지 않으면 달러 약세가 세계경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부동산 관련 금융세미나에서 “현재의 약(弱)달러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현상의 하나”라며 “미국 주택시장 침체 문제만 제외하면 미국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G20 각료회의’에서 “달러 약세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와 재정 적자를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시장의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유로나 캐나다달러, 브라질 헤알 같은 다른 통화가 (달러 약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약달러 현상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미 금융 당국이 무역수지 흑자 등을 위해 약달러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남아공 G20 회의에 참석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는 기초가 탄탄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이는 통화 가치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강한 달러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주된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이는 ‘강한 달러’를 역설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선 약한 달러를 외면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의에서 “그들(미국인)은 우리의 석유를 가져가는 대가로 아무 쓸모없는 종잇장(달러)을 주고 있다. 미국 달러가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받아온 중국은 환율변동폭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G20 각료회의에서 “지금의 환율변동폭에는 문제가 없지만 필요하다면 변동폭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중국은 환율변동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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