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딸들 “정치는 내 운명”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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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를 17년간이나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장녀가 8일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의 장녀 루시아 피노체트 씨는 이날 “2009년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하겠다”며 “의회에 입성해 우리 가족에게 쏠린 모든 의혹과 비난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독재나 재직 시 부패 혐의로 권좌에서 쫓겨난 권력자의 딸들이 정계에 들어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시도하는 것은 루시아 피노체트 씨만이 아니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입지를 굳히면 그들의 아버지가 남긴 어두운 역사를 불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거세다.

다음 달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재판을 앞둔 페루에서는 그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60만 표라는 전국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우며 의원에 당선된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도 바라보고 있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페루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게이코 의원의 가장 큰 정치적 디딤돌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복귀를 원한다는 답변이 23%나 나왔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딸 이미 마르코스 씨는 이미 3선 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7월 “아버지가 남겨둔 재산 100억 달러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내 구설수에 올랐다. 물론 이들과는 반대로 아버지를 부정하는 딸도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딸인 알리나 페르난데스 씨는 스페인 관광객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각종 연설회와 출판물을 통해 부친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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