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공계 기피 끝은… 시스템의 복수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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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금융-통신망 마비등 기술적 재난 잇달아

5월 27일 일본에서는 전일본항공(ANA)의 예약 발권용 컴퓨터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약 7만 명이 제때 비행기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아예 결항한 비행기만 해도 130편에 이르렀다.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고 과학기술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서 일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잇따르는 항공사 금융기관 통신회사 등의 컴퓨터 시스템 장애는 이공계 기피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22일 도쿄신문은 보도했다. 자질이 떨어지고 대학에서 컴퓨터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인력을 기업들이 마지못해 채용하다 보니 시스템 장애가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이오(慶應)대 환경정보학부 오이와 하지메(大巖元) 교수는 “일본에는 컴퓨터공학 전문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수도 별로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ANA 시스템 마비와 같은 기술적 재난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대로 된 공대 졸업생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하는 것은 컴퓨터 시스템 엔지니어링 업계뿐이 아니다. 일단 신입사원을 뽑고 나서 기초공학부터 다시 교육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올봄 입사한 기술직 사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명을 대상으로 16개 강좌를 개설해 4개 강좌 이상 학점을 따도록 의무화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신입사원 강좌에는 실무교육과 함께 대학의 기초강의를 복습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학처럼 시험도 보고, 점수가 부족하면 보충수업까지 받아야 한다.

디지털카메라와 복사기 등으로 유명한 캐논도 올해 입사한 기술직 사원 640명을 대상으로 최장 4개월짜리 ‘기초이론 강좌’를 개설했다. 물론 시험도 본다.

1990년대 초반 60만 명을 넘던 공학부 지원자가 2007년 26만8000명으로 급감하면서 대학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도쿄(東京)대 공대는 지난해 7월부터 고교생들을 본교 캠퍼스로 초청해 교수들이 실험을 함께하면서 ‘과학기술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게 이공학부의 간판을 바꿔다는 사례도 줄을 잇는다.

와세다(早稻田)대는 이공학부를 창조이공학부, 기간(基幹)이공학부, 선진이공학부로 재편했고 도쿄전기대는 공학부에서 건축과 정보공학 부문을 떼어내 ‘미래과학부’를 신설했다. 도쿄공업대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한류(韓流) 드라마 ‘겨울연가’를 교재로 사용하는 교양강좌까지 신설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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