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의 길을 따라서]<3>네델란드 헤이그 市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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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헤이그의 빈덴호프 궁전 야경. 현재는 상원 의사당이다. 이준 열사는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숨졌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헤이그의 빈덴호프 궁전 야경. 현재는 상원 의사당이다. 이준 열사는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숨졌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이상설의 조카 이동휘, 이범진의 증손자 이원갑, 이준의 외손녀 유성천 씨(왼쪽부터 시계 방향)가 12일 이준열사 기념관을 찾았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이상설의 조카 이동휘, 이범진의 증손자 이원갑, 이준의 외손녀 유성천 씨(왼쪽부터 시계 방향)가 12일 이준열사 기념관을 찾았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dongA.com에 동영상
“충절을 기립니다”… 오늘 헤이그 특사 100주년 기념식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의 이준 열사 기념관에 휘날리는 태극기. 100년 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이상설, 이준, 이위종 특사는 기념관 자리에 있던 호텔 옥상에 태극기를 걸고 조선의 독립을 호소했다. 일제의 농간으로 특사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후손이 만들어 가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보며 지하에서나마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을까. 1995년 교민 이기항 송창주 씨 부부가 호텔을 인수한 뒤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충절을 기립니다”… 오늘 헤이그 특사 100주년 기념식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의 이준 열사 기념관에 휘날리는 태극기. 100년 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이상설, 이준, 이위종 특사는 기념관 자리에 있던 호텔 옥상에 태극기를 걸고 조선의 독립을 호소했다. 일제의 농간으로 특사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후손이 만들어 가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보며 지하에서나마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을까. 1995년 교민 이기항 송창주 씨 부부가 호텔을 인수한 뒤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헤이그=변영욱 기자
《네덜란드의 7월은 을씨년스럽다. 예고 없이 소나기가 내리다 매서운 바람이 갑자기 몰아친다. 외국인을 위한 영자신문 ‘NIS’는 현지 날씨를 ‘계속 바뀜’이라고 예보할 때가 많다.

세 특사가 100년 전 6월 25일 헤이그의 HS역에 도착한 뒤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두운 하늘 아래서 희망보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만국평화회의는 헤이그 중심가에 자리 잡은 빈덴호프 궁전에서 열렸다.

지금은 상원 의사당으로 바뀌었다.

이준 열사는 입장을 거부당한 뒤 7월 14일 근처 숙소에서 4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인(死因)은 명확하지 않다.

일본에 의한 독살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울분 속에 여러 날 식음을 전폐하다가 분사(憤死)했다고 알려졌다.》

숙소였던 더용 호텔은 바헌스트라트가 124번지에 있다. 3층 건물로 상원 의사당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특사들은 호텔 옥상에 태극기를 걸고 활동했다.

여인숙과 비슷했던 호텔은 1995년부터 이준 열사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교민 이기항(70) 송창주(67) 씨 부부의 노력 덕분이다.

취재진이 12일 기념관을 찾았을 때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만났다. 이준 열사의 외손녀 유성천(80) 씨, 이상설의 조카 이동휘 씨, 이범진의 증손자 이원갑(67) 씨였다.

이들은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헤이그를 찾았다가 기념관에 들렀다. 조상들이 말 못 할 시련을 겪고 울분을 토했을 숙소를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원갑 씨는 준비한 붉은 나팔꽃 화분을 창가에 놓았다. “작은할아버지, 손자 왔습니다.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인 뒤 기도했다. 그는 “죽기 전에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머물렀던 흔적을 마주하니 눈물만 나네요”라고 말했다.

이동휘 씨는 “1996년 할아버지의 유골이 뿌려졌다는 연해주 아무르 강을 찾았을 때 강가 모래밭에 태극기를 꽂아 놓고 한참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준 열사는 헤이그 서쪽의 니우 에이컨다위넌 시립 공동묘역에 묻혔다. 한국 정부가 1977년 7월 흉상과 추념비로 기념묘역을 새로 만들었다.

묘지 관리인인 커닝(여) 씨는 “처음에는 작았던 이준 열사 묘역이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커졌지만 (100주기를 맞은) 최근에야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사 파견 100주년을 맞아 창작무용을 선보일 늘휘무용단 16명은 11일 헤이그에 도착했다. 15일 오후 7시 헤이그 로열극장에서 열릴 공연은 한인 사회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용단 단장인 김명숙 이화여대 교수는 “창작무용과 함께 동래학춤, 가야금산조춤 등 한국 전통춤을 선보여 특사의 영혼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헤이그=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 - 헤이그서 오늘 기념식▼

裏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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