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집 잃는 총련’ 어디로 가나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코멘트
재일 조선인의 ‘총본산’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 건물이 압류될 형편에 이르면서 총련이 처한 위기가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19일자 6개 일본 중앙지는 정리회수기구가 총련에 약 627억 엔의 채무 반환을 요구한 소송에서 도쿄지방재판소가 총련 전면패소 판결을 내린 사실을 일제히 1면에 보도했다. 나아가 6개지가 약속이나 한 듯 이 문제를 사설로 다뤘다.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총련이 재일 조선인 권리옹호 운동을 하고 본부가 북한대사관 역할을 한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일이 앞으로 재일 조선인 사회에 미칠 영향이다.

이들은 압류 대상에 학교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에는 강하게 반발한다고 한다. “총련이 주요 시설을 내주면 자주성의 거점을 잃어 귀화자가 늘 것”이라는 걱정이나 “판결은 총련에 대한 해산명령이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총련에서 돈과 사람이 떠난 지는 오래됐다. 재정 상황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1960년대 후반에는 중앙본부의 연간 예산만 100억 엔에 이를 정도로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했고 ‘북한에 상납금을 보내는 창구’로서도 의심을 사 왔다. 이번의 채무 627억 엔도 “과거라면 충분히 모금됐을 돈”이지만 요즘 사정으로는 언감생심인 듯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탈퇴도 늘고 있다. 총련 활동에 찬동하는 재일 조선인은 전성기의 50만 명 선에서 현재는 5만∼10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판결도 총련 약체화를 더욱 앞당길 것임이 분명하다.

총련의 본래 기능은 △재일 조선인의 권리 옹호 △북한의 준영사관적 역할 △북-일 및 남북 간 정치활동이다.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납치 등의 불법 활동, 상납금 모금 등에 치중해 온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졸지에 학교와 회합 장소 그리고 준영사관을 잃을 ‘보통’ 재일 조선인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느낌은 버릴 수 없다. 총련은 어디로 가게 될까. 또 북한은 어떤 대응을 할까.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서영아 도쿄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