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대선후보 10명 “이라크戰은 옳다…부시는 틀렸다”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 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교회 모임에서 나온 신앙고백이 아니다. 5일 미국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TV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진화론을 믿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틀 전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이날 공화당 토론에서도 이라크전쟁이 핵심 쟁점이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신(神)’에 대한 언급이 계속 이어졌다. 대체로 신앙심이 깊은 공화당 유권자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은 ‘창조론을 진화론과 동시에 가르쳐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역 교육청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견해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손길이 여기에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부시 대통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토미 톰슨 전 위스콘신 주지사는 “확실한 것은 그를 유엔에 보내 미국을 대표하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관리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라크 철군 주장에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이라크전을 ‘부시 전쟁’이라고 말했지만, 대통령이 전쟁에서 패하면 미국이 패하는 것”이라며 클린턴 상원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이라크전쟁 결정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었다.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를 장악하도록 놔두고 테러와의 전쟁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낙태 문제에서는 줄리아니 전 시장이 수세에 섰다. 그는 이날도 “낙태는 잘못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정부가 결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민법안에서는 법안 공동 제안자인 매케인 상원의원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전형적인 워싱턴의 부산물’로 평가했다.

민주당 토론회에 이어 이날 공화당 토론회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을 주도한 샘 브라운백(캔자스 주) 상원의원은 토론회가 끝난 뒤 스핀룸(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추가 설명하는 공간)에서 “북한인권법 시행에 만족하지 못한다. 행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는 것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장기 외교 정책과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 측인 로버트 얼릭 메릴랜드 주지사는 “줄리아니 전 시장은 북한 핵 문제 해결책으로 전쟁이 아닌 외교적인 협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뉴햄프셔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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