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지구촌의 잡화점’으로 떠오른 中부자도시 이우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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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浙江) 성의 고도(古都) 항저우(杭州)에서 서남쪽으로 130km. 자동차로 2시간가량을 달리면 인구 68만 명의 그리 크지 않은 도시 이우(義烏)가 나온다. 시내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면 곧게 뻗은 6차로 도로의 신시가지와 깨끗하게 외벽을 단장하고 줄지어 선 4, 5층의 낮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우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푸톈(福田) 시장이다.

“이우에 없으면 세상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우와 푸톈은 중국을 대표하는 도매시장이다. 잡화와 완구, 액세서리 등 40여만 종의 잡화가 이곳을 거쳐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200여 개국으로 수출돼 그야말로 지구촌을 ‘중국산 잡화’로 뒤덮는다.

이곳에는 1년 내내 중국 각지는 물론 한국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외국 상인이 들끓는다. 이우에는 상품뿐 아니라 이처럼 세계 각지의 상인이 모여 ‘세계의 시장’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활력으로 이우는 중국에서 가장 부자 도시로 꼽힌다. 중국에서 고급 외제차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의 한 곳으로 꼽힌다.

○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의 상인 사로잡아

이우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싼 가격의 상품에 세계의 도소매상인이 몰린다.

푸톈 시장의 한 액세서리 가게에서 파는 여성용 머리 밴드 가격은 60개들이 한 봉지에 5.5위안(약 715원)이다. 우리 돈으로 개당 12원꼴. 보통 고무줄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이 가미된 고급형 제품임을 감안하면 첫눈에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점 주인 우샤오메이(吳小梅) 씨는 “100봉지를 사면 1봉지에 5.3위안씩으로 깎아 주겠다”고 말했다.

이우의 시장에서 만난 한 한국 상인은 “예전에는 이우에서 100만 원어치 물건을 사면 운송비를 제외하고도 100만 원씩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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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이우 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의 웡젠핑(翁健平) 주임은 “중국 동남부의 인력 자원이 풍부해 이우 주변 공장들의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모든 물건을 도매로만 판매하는 이우의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추고 있다”며 “한곳에서 비슷한 물건을 파는 경쟁 시스템도 상품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에는 5만8000여 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다. 이들 상인이 하루에 수출하는 물량은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이다. 전 세계 잡화의 30% 이상이 이우를 거쳐 유통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우에 상주하는 인구는 68만 명이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상인이다. 또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외지인을 포함하면 인구는 120만 명 정도다.

○ 브랜드와 디자인에 눈 돌려 “국제도시로 가자”

이우가 이렇게 상업도시로 성장한 것은 이우 시민의 ‘상인 기질’과 시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다. 푸톈 시장을 운영하는 업체의 대주주인 저장CCC(China Commodities City)그룹 시장부의 푸원타오(傅文韜) 부경리는 “이우 사람들이 상업을 중요시하는 의식은 몇 백 년을 두고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CCC그룹은 이우 시 정부가 39%를 출자해 세운 회사다.

결국 푸톈 시장은 이우 시에서 운영하는 셈이다. 시 정부는 또 외국 상인들을 위한 정보센터와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의 상인들이 이우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돕는다. 1988년 ‘흥상건시(興商建市)’를 주창한 이후 꾸준히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우의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품질 경쟁력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상도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상인보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의 상인이 이우를 많이 찾는 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없지 않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부가가치 디자인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거세다.

이우가 다양한 제품과 싼값에 품질 개선까지 덧붙여지면 ‘중국 제품’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세계를 공략할 것으로 이우 시는 기대하고 있다.

글=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우에서)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한국인 7000명 맹활약 동대문 남대문도 교류▼

이우의 발전에는 한국 기업인들도 한몫을 했다. 이우에는 현재 7000명의 한국 기업인과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무역상이지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도 많다.

한국 상인은 대부분 품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이우 시장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이우 한국상회(韓國商會) 고희정 회장의 설명이다.

고 회장은 “한국 상인의 80∼90%는 이우의 제품을 한국 시장에 판매하는 사람들”이라며 “한국 상인들이 꾸준히 상품의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이우 시장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진 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우의 한국 상인들은 한 달에 한 차례 모임을 갖고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서울 중구지역의 동대문, 남대문지역 상인들이 직접 이우 시 정부 및 시장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와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관계자들은 1월 ‘중의(中義·서울 중구-이우)교류진흥협회를 출범시켰다.

15년 이상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했던 진흥협회 이순태 회장은 “중국, 특히 이우에 새로 진출하려는 상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협회 출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우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우 협회 부회장은 “사전 정보 수집 없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한국 상인들끼리 지나친 경쟁을 벌여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다”며 “한국 상인들끼리의 활발한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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