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참사 여파 우려하는 한인사회

  • 입력 2007년 4월 2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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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가 다음주 초 강의 재개를 준비하며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반면 미국 내 한인사회는 후폭풍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인 대상의 폭행 시도나 실제 폭행 사례가 있었다는 유언비어도 나돌아 한인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버지니아 참사 여파 우려하는 한인사회=뉴욕타임스는 19일 '한국계 미국인들이 9·11 테러 이후 아랍계가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며 총기난사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편견과 어려움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박계영 교수(인류학과)는 "1992년 폭동의 희생양이었던 LA 거주 한인들의 경우 더욱 걱정이 많다"며 "한인들은 특히 '킬러는 전형적인 외톨이 아시아계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종덕(47)씨는 "처음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 범인이 한국인이 아니길 기도했다"며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밝혀져 당황했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전국 대상 TV 방송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명사가 된 변호사 권율(32) 씨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주 샌 매티오에 사는 그는 "내가 리얼리티쇼에 출연했던 이유의 하나가 바로 아시아인에 고정관념을 바꾸자는 것이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아시아계 남자는 사회 부적응자'라는 인식이 확산될지 두렵다"고 말했다.

▽꼬리 무는 유언비어에도 신경 쓰여=참사 후폭풍을 걱정하는 한인을 혼란스럽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근거 없이 떠도는 유언비어. "센터빌 한인 슈퍼마켓에 '한인들은 떠나라(Korean go home)'는 플래카드가 있더라" "한인 대상 보복공격을 막으려고 애넌데일 경찰이 완전 무장했다던데…"라는 등의 소문이 끝이 없다.

센터빌은 조씨의 집이 있는 소도시지만 이곳의 한인 슈퍼마켓 관계자는 "그런 일이 없다.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인 연합회 관계자도 경찰 무장 소문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의 코리아타운 격인 애넌데일의 한인 제과점 직원도 "여기저기서 유리창이 깨졌느냐고 물어오는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영업도 평소와 다름없이 잘된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인 학생에게 침을 뱉는 학생들이 있다는 유언비어도 나돌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유언비어로 때문에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던 한인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직접 학교에 바래다주는 사례도 늘었다.

LA에서는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한인타운에 가지 말라는 얘기, 한국산 자동차들이 무더기로 파손됐다는 소문도 있다. 모두 실제 현상보다는 교포사회에 부는 팽배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신변안전 당부=주미 한국대사관은 19일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으로 미주 한인사회 안전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한인 유학생을 비롯한 교포들은 야간 외출과 단체집회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주미대사관은 또 이번 사건 직후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비상업무 체계를 확립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주미대사관은 한인들의 안전에 관한 사안이 발생하거나 목격될 경우 주미대사관 긴급대책반(202-939-6469)으로 연락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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