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관련없는 개인범죄… 美 지식층 잘알아”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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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갑 뉴욕 퀸스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사무실에 나오자마자 동료 미국인 교수들에게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책임을 느꼈다.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끔직한 사고가 발생했어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민병갑 미국 뉴욕 퀸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한인 교포사회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사회학자. 지금은 미국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재단으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러셀세이지 재단에서 방문 교수 자격으로 1년째 연구 활동 중이다.

민 교수는 먼저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이 한인 교포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미국에서도 지식층은 이번 사건이 한국 문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에 있는 개인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문제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인식입니다. 이민자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도 많아요. 미국 TV에서 ‘한국인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계속 나가면 한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9·11테러 이후 미국에 살고 있는 아랍계 이민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 테러리스트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미국에서는 전체 아랍계가 9·11테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분명 공정하지 않죠. 그러나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인 사회가 이런 어려움을 잘 극복해야 합니다.”

민 교수는 특히 이번 사고가 미국 내 한인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막 진입하는 시점에서 발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이나 뉴욕의 한인 상가 불매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예전에는 한인과 흑인의 갈등이 이민사회의 가장 큰 현안이었어요. 최근에는 조사를 해 보니 그 같은 갈등은 거의 해소됐어요. 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은 교포 1.5세나 2세가 성인이 된 뒤 몇 년 전부터 미국 주류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시점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이 터져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재미 교포들의 사업에 직접 타격을 줄 확률은 낮다고 전망하며 “교포 1.5세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도 있고 한인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일부 1.5세는 ‘밖에서는 미국인, 집 안에서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정체성에 위기를 겪고 갈등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다”며 “어찌됐건 그동안 한국 학생들은 공부도 잘하는 등 모범적인 학생들로 인식돼 왔는데 이 같은 인식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걱정했다.

민 교수는 “이번 사태로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를 구입하기가 너무나 수월하다는 문제점이 다시 부각됐다”며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무기 소지가 이렇게 자유로운 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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