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환자' 독일 경제 다시 기지개 켜다

  • 입력 2007년 4월 15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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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환자' '유로권 경제 불안의 주범'으로 눈총 받던 독일 경제가 다시 살아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실업률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9.8%로 떨어졌다. 유럽 중앙은행이 2005년 말 이후 금리를 일곱 차례나 인상했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례없는 강세를 보이는 유로화가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하는 레이저·센서 제조업체 제노프틱사의 경우 유로화 인상으로 30%의 가격 상승효과가 있었지만 매출이 줄지 않았다.

골드만 삭스의 경제전문가 니콜라스 소브작 씨는 "노동 시장이 살아나 새롭게 일자리가 창출되는 점만 보더라도 독일이 맞이한 르네상스 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앓아누웠던 독일 경제를 일으켜 세운 특효약으로는 '글로벌 틈새시장'을 겨냥한 최첨단 기술 제품들이 꼽힌다. 제노프틱사의 알렉산더 폰 비츠레벤 사장은 "우리가 평면TV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시장에서 경쟁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처럼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는 개발도상국들은 이 같은 희귀한 제품을 직접 제조하기 보다는 사서 쓰게 마련이다. 독일에는 제노프틱사와 같이 글로벌 틈새시장에서 활약하는 중소기업만 수백 개가 있다. 이 같은 수출 모델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이 강점을 보이는 시장에서 유일하게 경쟁 상대가 되는 일본 역시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 밖에 대규모 감원과 비용 절감을 통한 구조조정, 대미 수출 의존도가 낮아 미국의 경기 침체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도 독일 경제의 부흥을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전의 경제 호황기와는 달리 옛 동독 지역이 동반 성장하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스위스의 컨설팅업체 프로그노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경제적으로 전도유망한 도시 20곳 가운데 드레스덴 포츠담 예나 등 동독지역 도시 3곳이 포함됐다. 예나는 대학과 연구소 첨단 벤처기업들이 모여 있어 '독일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에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대량 감원의 후유증으로 내수 위축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유로화의 그칠 줄 모르는 강세도 부흥기를 맞이한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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