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가방 메고 어디가니? SAT 공부하러 한국학원 가요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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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학원 운영으로 타 인종 학생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뉴욕 퀸스에 자리 잡고 있는 ‘엘리트 아카데미’의 수업 장면. 이 학원은 한인 및 중국계 밀집지역에 있지만 학원생의 40%가 백인, 인도계, 히스패닉계 등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한국식 학원 운영으로 타 인종 학생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뉴욕 퀸스에 자리 잡고 있는 ‘엘리트 아카데미’의 수업 장면. 이 학원은 한인 및 중국계 밀집지역에 있지만 학원생의 40%가 백인, 인도계, 히스패닉계 등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앨트루이스틱(altruistic·이타적)’이 무슨 뜻일까요.”(교사)

“남을 위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평화봉사단으로 해외에서 일하는 것입니다.”(학생)

17일 미국 뉴욕 퀸스에 자리 잡고 있는 엘리트아카데미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준비반. 토요일을 이용해 학원에 나온 학생들은 SAT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1986년 한인 밀집지역인 퀸스 플러싱에 문을 연 이곳은 전형적인 한국식 학원.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한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SAT 수업도 전체 수강생 12명 중 한인은 5명. 나머지는 백인 3명, 인도인 2명, 중국인 2명이었다.

엘리트아카데미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영어, 수학, 글쓰기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현재 등록학생 수는 200여 명. 한국 및 중국계 학생이 합쳐서 60%를 차지한다. 나머지 40%는 백인, 히스패닉, 인도계 학생이다.

“퀸스가 한인과 중국인 밀집지역이라 한국, 중국계 학생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백인을 포함해 다른 인종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학원에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에미 유 씨의 말이다. 유 씨는 “이제 퀸스는 물론 브루클린, 스테이튼 아일랜드 등 뉴욕 전 지역에서 학생들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립학교인 아치비숍몰리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사벨 파키르나트(17) 양은 수업이 없는 매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다.

“오빠 친구 소개로 지난해 9월부터 학원에 다녔는데 SAT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 열심히 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아요.”

초등학생도 많다. 뉴욕의 ‘제115 공립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세이베산 카말라나산(11) 군은 “수학은 6학년 때 배우는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과 인근 뉴저지 주(州) 일대에서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미국 부모들을 중심으로 자녀를 한국식 학원에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뉴욕 퀸스, 뉴저지 주 클로스터와 팰팍 등 한인 밀집지역의 한국식 학원에는 타 인종 학생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학원은 수학을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겨우 등록할 수 있다. 엘리트아카데미만 해도 22주 강좌 기준으로 학원비가 1500∼2400달러(약 140만∼225만 원)에 이르는 고액이지만 여름방학 때는 400명이나 등록한다.

캐플런, 프린스턴리뷰 등 미국의 입학정보 제공업체들이 SAT 강좌를 운영하는데도 학생들이 한국식 학원을 찾는 까닭은 이들 학원이 한국식 사교육 방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한국식 학원들은 교과과정을 앞서가는 선행학습 위주로 가르치며 시험을 자주 치러 결과를 피드백해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관리한다. 세심한 일대일 학습지도도 외국인 학생들을 끌어 모으는 한국식 학원들의 노하우다.

인도계 학부모인 P 쿠파나나 씨도 한국식 학원의 ‘열성 팬’ 중 한 명. 그는 두 아들에 이어 중학교 1학년인 막내딸도 한국식 학원에 보낸다. 그는 “두 아들이 한국식 학원에 다닌 뒤 뉴욕 명문고인 스타이브슨트고에 합격했다”면서 “딸도 학원에서 집중 지도를 받고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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