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대통령? 美대선후보에 인종-종교 소수자 포진

  • 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최초의 (여성, 흑인, 히스패닉, 모르몬교 신자) 미국 대통령?’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성별 인종 종교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요인들의 영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16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분석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유력 후보자들이 선거 판에 뛰어듦으로써 여러 측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남길 수밖에 없는 대선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흔히 ‘WASP’가 지배하는 사회로 불리는 미국에서 이번처럼 다채로운 후보가 등장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였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같은 예외가 있긴 하다. 하지만 백인(White), 영국계(Anglo-Saxon), 개신교도(Protestant)를 가리키는 WASP에 남성을 더하면 거의 예외 없는 역대 미 대통령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이 된다.

그러나 이번 후보들은 다르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여성), 버락 오바머 상원의원(흑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히스패닉 계)가 출사표를 냈다. 공화당에서도 모르몬교를 믿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권을 꿈꾼다.

대부분의 유력 후보가 사회적 약자나 인구구성상 소수집단을 대표하는 셈. 이에 따라 각자가 출신과 특성에 부여되는 ‘편견’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특정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후보의 사회문화적 배경만 놓고 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나타낸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9∼11일 만 18세 이상 미국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1%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후보로 지명하더라도 여성에게는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답했다.

흑인에게는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5%, 히스패닉계에 대한 거부는 12%로 나타났다.

모르몬교 신자에게 표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24%였으며 응답자의 42%는 70대 고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71세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는 큰 타격인 셈.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편견이 크게 줄었다. ‘여성이 대통령이 돼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937년 33%에 불과했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절반을 넘어섰고 1999년에는 92%에 이르렀다. 1958년 37%에 불과했던 ‘흑인 대통령’ 인정 비율도 꾸준히 상승해 올해 94%를 기록했다. 갤럽은 “미국 정치에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내용의 여론 조사는 수십 년 동안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대선처럼 ‘마이너리티’ 후보들이 대거 실전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 선거 분석에서 후보자의 성별 세대 인종 종교라는 배경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언제나 주요 관심사지만 거의 WASP 남성 후보 일색이었던 과거 미 대선에선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랭크 뉴포트 갤럽 여론조사 편집장은 “그동안 미 대선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은 각종 인구통계학적 결정 요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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