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여론 아랑곳않는 ‘강경소신파들’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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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생각” “엄청난 실수” “어리석은 정책”….

미군 2만 명 증파를 핵심으로 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전략 발표(10일 예정)를 앞두고 미 의회에서 비판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신문 방송도 마찬가지다. 반전 여론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욕을 먹어도 좋다”며 독자행보를 고집하는 소신파가 눈에 띈다. 2008년 대선의 공화당 선두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7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기고문에서 “군대를 훨씬 더 많이 보내 이라크의 치안질서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적 수렁 속으로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도 아랑곳없이 그의 논리는 일관되고 거침이 없다. “미군은 잘하고 있다. 미군이 있는 곳에선 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 충돌도 줄어들고 있다. 치안이 확보되어야 이라크 국민이 무장 민병대보다 이라크 정부에 의존하게 되고 그래야 안정적 정부 수립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4선에 성공한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도 5일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미군 증원”을 촉구했다. 그는 ‘독립적 민주당원’이라고 자신의 위상을 설명하면서 “다른 이슈는 민주당의 노선을 따르겠지만 이라크에 관해선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도 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의원이 적잖게 있다. 하지만 2008년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이미 2명이 미군 증파 반대를 공식 선언했으며, 나머지 의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은 2년마다 3분의 1씩 선거를 치른다.

한편 미군 증파 계획에 대해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미국에선 ‘무능하다’는 불평을, 이라크 내부에선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받아 온 그는 최근 독자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교수형 집행을 연기하라는 안팎의 요구를 물리치고 조기 처형을 강행한 그는 6일 “후세인의 교수형은 이라크 내정”이라며 이를 비난하는 국가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시아파 무장세력을 해체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종교시설 보호를 위한 사병조직을 운영했던 이슬람의 전통을 내세우며 거부했다.

그동안 “미군이 2선으로 물러나면 우리가 치안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그는 5일 부시 대통령과 2시간에 걸친 화상회담을 갖고 일단 미국 측의 전략에 동의를 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모험을 해 온 알말리키 총리의 행보가 권력기반 강화로 이어질지, 조기 실권(失權)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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