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왕실 풍자한 콩트극단 수난

  • 입력 2006년 12월 19일 17시 10분


일본의 한 콩트극단이 왕실을 풍자하는 공연을 했다가 우익으로부터 수난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타언무용(他言無用)'이라는 풍자콩트극단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황실을 경애하는 국민여러분께 큰 불쾌감을 드렸습니다. 앞으로 황실을 콩트로 패러디(parody)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드립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 극단이 콩트 '어느 고귀한 일가'를 공연한 것은 지난달 19일. '슈칸긴요비(週刊金曜日)'라는 잡지가 주최한 도쿄(東京)의 교육기본법 개정 반대집회에서다.

콩트는 같은 달 9일 왕실이 주최한 모임에서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오 사다하루(王貞治) 일본 대표팀 감독이 일왕에게 "히노마루(일본 국기)의 힘으로 우승했다"고 말한 것과 일왕의 둘째 며느리가 아들을 낳자 정부 내의 여왕 인정 논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현상을 꼬집었다.

당시에는 별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슈칸신조(週刊新潮)'라는 잡지가 '폐하의 암도 우스개소재로 삼았다…황실중상 연극'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우익들이 들고 일어났다. 특히 이 잡지는 '불경(不敬)'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우익들을 자극했다.

극단에 우익의 항의가 줄을 이은 것은 물론 슈칸긴요비에도 20여대의 우익 가두선전차가 몰려들었다. 이 잡지사도 결국에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도쿄신문은 19일 공연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증언을 통해 콩트의 일부 내용과 표현이 상스럽고 적절치 못했다 면서도 이번 사태가 '불경'이라는 단어만 갖다 붙이면 왕실을 조금도 비판할 수 없는 어두운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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