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말리는 미국 쇼핑열기

  • 입력 2006년 11월 26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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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7시 미국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에 있는 가든스테이트 플라자. 메이시, 니만 마커스, 노드스트롬을 포함한 백화점과 전자제품 전문매장인 베스트바이 등이 몰려있는 이곳은 이날 아수라장이었다.

새벽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차량행렬로 주차전쟁이 벌어지면서 도처에서 빵빵거리는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매장 안은 예전 명절 때의 남대문시장을 떠올리게 했다. 다른 사람과 몸을 부닥치지 않고는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할인폭이 컸던 고화질 TV와 게임기는 누가 먼저 집었는지를 놓고 곳곳에서 실랑이가 그치지 않았다. 인기품목은 문이 열리자마자 동이 났다. 물건값을 계산하려고 해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검은 금요일'(Black Friday)로 부른다. 이날부터 연말 쇼핑이 본격 시작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올해에도 보기 좋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사상 유례가 없는 쇼핑출동에 나섰다.

24일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 매장에는 쇼핑객 25만 명이 몰렸다고 뉴욕타임스는 25일 전했다. 1만5000여명의 쇼핑객이 들이닥친 유타 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물건을 놓고 고객들의 실랑이가 심각해지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검은 금요일을 '멍든 금요일'(Blue Friday)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올해 쇼핑객이 많았던 이유는 유통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1000달러가 넘는 고화질 TV를 400달러에, 100달러 가까이 하는 MP3 플레이어를 30달러에 팔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이 영업 시작시간을 아예 자정으로 당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검은 금요일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월마트도 올해부터는 할인품목을 크게 확대했다. 최근 가솔린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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