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까지 따로 쓰면 연합작전 차질”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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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후에도 공동의 지휘통제시스템을 운용할지, 한국이 독자적 시스템을 사용할지가 앞으로 한미 군사동맹의 콘텐츠를 규정할 최대 과제로 대두됐다. 지휘통제시스템은 정보시스템과 더불어 C4I(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Intelligence·지휘통제체계)의 핵심 요소다. 현재 문제의 초점을 비유하면 분리 독립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의 두 사업 부문이 기존의 회사 내부 전자 결재 및 게시판 기능 등을 총괄하는 인트라넷을 함께 쓸지, 아니면 각자 독자적인 인트라넷을 사용할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트라넷을 함께 쓴다면 분리 후에도 두 조직은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메신저를 주고받는 등 ‘2사 1체제’를 유지하게 되지만, 네트워크까지 독립하면 명실상부한 2개의 회사가 되는 것이다. 자주국방 목표의 완수와 공동방위시스템의 효율성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는 한미 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국은 왜 독자적 지휘통제라인을 원하는가

한미 연합 지휘체계에서 미군의 ‘GCCS(Global Command Control System·전 세계적 지휘통제체계)’는 양국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휘통제시스템으로 한미연합군의 ‘신경망’에 해당한다. 한국은 미국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구축한 GCCS를 함께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 25억 원가량을 주한미군 분담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GCCS를 운용하는 데 드는 네트워크 유지비의 20∼30%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같은 재정적 차원이 절대 아니라고 국방 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미연합사령부의 한국군과 1, 3군 사령부, 해공군 작전사령부, 해병대 사령부 등 GCCS가 깔려 있는 한국군 부대가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GCCS 전체가 아니다. 한국군 부대에 연결된 ‘GCCS-K’를 통해 로그인하면 미국이 허용하는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GCCS를 깔아 놓았는데 주로 해당국의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최첨단 비화기(秘話機)를 설치해 놓았다. 따라서 GCCS를 제공 받는 동맹국군은 미국이 열어 주는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미군은 GCCS의 운용권을 갖고 있으므로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상대방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동맹국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주제여서 양국 간에 거론되지 않았지만 한국 측에선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동맹이라 해도 우리 군의 정보를 외부에 열어 준 채로는 자주국방이 완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독자적 지휘통제라인 운영 방침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 지휘통제 네트워크 분리 시 예상되는 문제는 없는가

한국군은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군사정보운영시스템(MIMS)을 구축해 왔으며 내년 완성을 목표로 ‘한국판 GCCS’라 할 수 있는 ‘KJCCS’를 구축 중이다.

그러나 KJCCS가 GCCS에 비해 성능이 우수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미국도 GCCS 구축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KJCCS는 앞으로 계속 보완 발전시켜야 할 시스템이다.

그런 점으로 볼 때 미군이 공동방위시스템의 지휘통제시스템으로 GCCS 대신 KJCCS를 사용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없다. 결국 연합방위를 책임진 두 나라가 각자 별도의 지휘통제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효율성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한국 공군이 모든 미국제 전투기에 한국만의 독자적인 지휘통제시스템을 설치한다 해도 미 공군과의 연합작전 시 두 시스템 사이의 게이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데는 몇 초간의 지체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는 공중전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방 당국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분리하거나 독립하는 대신 보완장치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의 경우 독자적 지휘통제시스템을 만들어 왔지만 공군의 데이터링크 시스템 등 핵심적인 C4I 체계는 미국 방식을 도입해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일본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미칠 영향은?

C4I 문제는 작전통제권을 2009∼2012년 한국에 이양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한다는 골격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지만 한미 양측은 아직 GCCS의 장래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 측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독자적인 네트워크 사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점을 굽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연합전력의 기본이 네트워크 공유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이 고집할 경우 굳이 GCCS를 계속 사용하라고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내년 초 다시 시작될 작전권 환수 세부 논의에서 이 문제가 핵심 과제로 논의될 것으로 국방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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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전 세계 미군 통신망… 한국군 주요부대까지 연결▼

GCCS(Global Command Control System)는 전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들이 각종 군사정보와 첩보를 공유하고 명령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깔아놓은 군용 통신망이다. 고성능 컴퓨터와 통신위성, 각종 유무선 통신망으로 정교하게 연결시켜 일사불란한 지휘통제가 가능하다. 대륙과 대륙 간은 통신위성으로 연결하고, 육지에서는 전용 통신망이나 동맹국이 깔아놓은 상용통신망을 이용한다.

한반도에서도 미군의 첩보위성과 U-2 고공정찰기 등 첨단 정보자산이 수집한 대북 군사정보들은 정보시스템인 CPAS를 거쳐 GCCS를 통해 한국군 수뇌부와 작전사급 이상 주요 부대에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한국군은 이를 통해 미군이 수집한 대북 군사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201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 중인 한국군은 독자적인 지휘통제시스템의 구축을 추진 중이며 그 핵심이 합동 지휘통제시스템(KJCCS·Korea Joint Command and Control System)이다.

이 시스템은 합참에서 각 군의 작전사급 부대까지 고성능 컴퓨터와 연결된 정교한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것.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우리 군이 도입할 공중조기경보기와 무인정찰기(UAV) 등 각 군의 정보자산들이 입수한 정보들을 주요 부대지휘관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미군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고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KJCCS를 비롯한 ‘한국형 지휘 통제시스템’의 구축은 자주국방의 핵심과제라는 것이 한국의 시각이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KJCCS의 구축을 끝내고 2011년까지 ‘군사정보 통합처리체계’와 군 위성통신체계의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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