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다우존스 사상 최고치의 의미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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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뉴욕 증권시장.

월가가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이었다. 감세(減稅)에 반대하고 기업 규제 확대를 주장해 온 민주당의 압승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9.77포인트(0.16%) 상승한 12,176.54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

이날 월가 전문가들이 주가 상승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장 자주 사용한 말은 ‘그리드로크(gridlock)’이였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이 말은 행정부는 공화당이,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정치권이 앞으로 2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

그렇다면 왜 월가는 정치권이 아무 일도 못하는 상황을 반기는 것일까. 월가의 손꼽히는 분석가인 데이비드 레슬러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치권의 손발이 묶이면 경제에 해(害)가 되는 일을 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압승이 경제에는 약(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처럼 이미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경제체제에서는 정치권이 ‘열심히 일하면’ 예컨대 규제만 늘어나지 오히려 경제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주가도 탄력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 대표적인 사례. 당시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이 크게 감소해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또 규제법안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정치권의 간섭이 줄어들었고 경제의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경제는 장기호황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도 이미 정부 주도의 개발경제 단계는 오래전에 졸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제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만큼 일부 예외적 상황을 빼고는 정치권이 경제에 개입하는 것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정치권도 최소한 경제만큼은 똑똑한 시장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중간선거를 치른 월가가 보내는 ‘무언의 충고’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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