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순권]이런 중국 믿고 어떻게 투자하나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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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저명학자가 공산당 원로인 고위 인사에게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의 비결을 묻자 그는 “외국 기업이 마음껏 돈 벌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기업을 알아주는 나라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다. 중국 지도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가면 세계 500대 기업 중 안 들어온 기업이 거의 없다. 일류 기업과 중국인이 어울리고 배우다 보니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으로 고도성장을 시작한 중국 경제에 날개를 달아 준 계기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다. 이는 무역 투자에 관한 한 시장경제원리와 법치주의에 따르겠다는 서약이었다.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언제라도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한국 기업의 진출이 눈부셨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의 제2위 투자국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옛날 같지 않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외국 기업 특혜는 옛말이 되었다는 것이다. 악덕 파트너에게 돈을 떼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기업인 사이에 등장한 용어가 ‘차이나 리스크’이다.

중국에서의 사업을 둘러싼 부정적인 얘기를 가지고 꼭 중국을 탓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나 경제가 발전하면 외국인 투자에 이모저모를 따지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지 극소수이기는 하나 외국인 기업에서 한몫 보려는 불순한 세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출한 기업인이 현지인과 부닥치는 불상사는 어느 정도 감내하고 잘 대처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불상사를 정부가 저지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지린 성 산하 창바이 산 보호 개발 관리위원회가 백두산 등산로 주변 장백산온천관광호텔 등 한국인이 직접 투자한 호텔을 모두 철거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한다. 지린 성 정부는 백두산 개발을 위해 한국인 투자자에게 15∼45년간의 호텔 운영 기간을 보장해 왔다. 투자에 대한 안전보장을 정부가 했다. 1992년 체결된 한국과 중국의 투자보호협정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중국화하려는 좋지 않은 의도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호텔 철거 이유로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것이라 하나 그것은 내부 사정에 불과하다. 어떤 이유로든 외국인의 투자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오고가는 세계화시대의 기본 철칙이다. 이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의 더욱 강화된 투자보호규정 요구에 우리 정부가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번과 같은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FTA 추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부당한 처사는 중국을 위해서도 결코 좋지 않다. 다른 나라 기업에 알려진다면 중국 정부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 행정의 불투명 탓이라고도 하는데 이번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백두산 부근에 진출한 자본이 한국뿐이어서 만만히 보았다면 더욱 큰일이다. 미국 유럽 기업이라면 일방적 계약 위반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중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외국 기업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활동하게 해 주는 것이 중국 경제의 도약 비결이라는 중국 원로의 발언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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