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가 입던 옷까지 빼앗아… 생필품 싹쓸이…”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무장단체가 전화를 부수고 생필품도 싹쓸이했대요. 그야말로 ‘해적’이지요.”

동원수산 송장식 사장은 117일 동안 소말리아 해역에서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제628동원호 선원들의 소식을 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동원수산 본사에서 만난 송 사장은 직원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억류됐던 선원을 맞을 채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 쓸 수 있는 것은 다 가져가

동원호는 4월 4일 무장단체에 납치되자마자 전화기의 수신 기능이 마비됐다. 선박에서 전화를 걸 수만 있고, 서울 본사나 부산 지사 등에서는 전화를 걸 수가 없는 것.

송 사장은 “소식이 끊겨 회사에서 전화를 계속 해대니까 무장단체원들이 전화를 부순 것 같다”며 “전화가 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면서 초조한 마음을 삭였다”고 전했다.

무장단체원들은 선원들의 의류까지 뺏어 입고 소형 카세트, 손목시계, 라면, 커피 등은 보트를 이용해 자신들의 마을로 실어 날랐다고 전했다.

○ 선원들 사이에 ‘고무보트 경계령’

송 사장은 “이번 납치사건에서 안이하게 대처한 부분이 있다”며 “소말리아 과도정부의 어업허가권을 갖고 있어도 무장단체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지 못하고 조업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납치사건이 터진 뒤에도 한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역 부근에서 조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를 막으려면 소말리아, 말라카 등 요주의 해역에는 아예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인 선원들 6, 7일경 귀국할 듯

동원수산은 1일 정승인 선장, 이동선 차장, 차순욱 기술사 등 3명을 케냐 몸바사 항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들은 2일 도착해 동원호를 수리하고 억류됐던 선원들의 입국을 도운 뒤 동원호를 타고 조업에 나설 예정이다.

최성식 선장 등 이번에 억류됐던 선원 25명은 현지 기상 상황이 악화되어 당초 예정보다 1, 2일 늦은 4, 5일경 몸바사 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원 17명은 조업에 나서는 동원호에 다시 승선하고 한국인 선원 8명은 6, 7일경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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