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40주년]중국에 이제 文革은 없다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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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40년 전 중국 공산당이 문화대혁명을 공식 선언한 날이다. 무려 10년에 걸쳐 중국 대륙을 뒤흔든 문혁은 ‘20세기가 목격한 최대, 최고의 인간 개조 실험’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가장 파괴적인 극좌 실험, 정치 게임이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문혁은 1970, 80년대 권위주의 시절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도 커다란 지적 이념적 충격을 줬고 지금 우리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386 세대의 지적 자양분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의 검색어는 관련 법규를 위반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에 ‘文化大革命(문화대혁명)’을 쳐 넣으면 이런 경고 문구가 뜬다. 문화대혁명 자체를 알지 못하도록 심리적 억압을 가한 것이다. 검색만으로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니 으스스한 느낌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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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대혁명’ 글자까지 통제

중국 전역을 뒤흔든 문화대혁명의 40주년(16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국 정부는 쥐죽은 듯 고요하다. 정부의 공식 행사는 물론 흔한 사회단체의 행사마저 하나도 없다.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의 언론매체는 12일까지 문혁에 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문혁에 관한 서적 출간이나 영화, 드라마 제작도 모두 금기 사항이다. 사진작가 위쥐싱(欲擧行) 씨는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문혁 사진전을 열려다 포기했다. 당국의 봉쇄 조치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과오로 판정된 문혁은 이처럼 논의가 금지된 반면 마오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장정(長征) 행사는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60, 70대의 원로혁명가 자녀들이 ‘정을 잇는 장정 길’ 걷기라며 전시성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 중국 정부, 전방위 단속 왜 하나?

중국 정부가 전방위 단속을 벌이는 것은 문혁에 대한 재평가가 모아지기는커녕 되레 확산돼 체제를 흔들리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혁에 대한 평가는 당초 마오의 책임이라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견해였다. 하지만 요즘 물밑에서는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평가의 시작은 결국 마오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져 마찰만 야기하고 국론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재평가 과정에서 “비록 문혁의 과오가 있었지만 공이 7이요, 과는 3”이라는 마오에 대한 덩샤오핑(鄧小平)의 평가가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칫 중국 공산당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문혁은 논쟁이 아니라 극복 대상

지난해 10월 사망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은 1986년 6월 문혁 박물관 설립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추악함을 직시할 수 없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문혁은 사회를 참혹하고 비참하게 만든 반(反)인류적 집단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이 실권을 잡았던 1981년 6월 중국 공산당은 “문혁은 당과 국가, 인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 준 마오의 극좌적 오류”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제4세대 지도부는 2, 3세대 지도자보다는 마오 쪽으로 기울고 있다. 4세대 지도부는 “문혁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 사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으로 마오 사상과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문혁은 이제 외면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문화대혁명이란: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의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 운동. 인민대중노선, 자본주의적 물질주의 타파, 지식인 공격, 전통 파괴의 계급투쟁을 통해 마오는 실용주의를 주장하는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를 제거하고 권력을 확고히 했지만 사후에 극좌적 오류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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